미국 장사꾼들이 즐겨 써먹는 선전문구 가운데 하나가 「모어 스펜드, 모어 세이브(많이 살수록 절약)」이다.다른 회사제품이나 옆가게보다 싸게 팔기 때문에 하나를 사면 몇달러를, 돈을 모두 털어 물건을 사면 그만큼 많이 절약한 셈이라는 의미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주재원들에게도 「모어 스펜드 모어 세이브」는 생활의 지혜로 통한다.
외국제품은 차치하고 국산품 가격도 한국이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살 수 있는데 까지 사서 짊어지고 가야 이익이라는 말이 70, 80년대도 아닌 90년대중반기인 요즘도 여전히 현실로 존재하고 있다.
국산 카메라를 구입하면서 몇푼 깎아보려다 종업원에게서 『당신네 나라에서 이게 얼마하는지 알기나 하느냐』는 핀잔을 듣고 머쓱한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190달러(약 15만원)를 주고 산 그 카메라의 국내가격은 30만원이 넘었다.
다른 국산제품들 가격도 마찬가지다. 품질로는 도저히 경쟁이 안되니까 덤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맨해튼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운동장만한 광고판까지 세워놓은 자랑스런 우리기업들을 모욕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내 판매가가 정상이라면 한국의 가격은 폭리라는 말로도 표현못할 정도이니 머리가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덤핑이라도 좋으니 일단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대신 수입장벽쌓아 기업들에 고이윤의 시장을 보장해 주었던 게 지난날 우리가 산업을 키워온 방식이었다. 국산품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조금만 참자는 대한뉴스의 단골메뉴에도 국민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하지만 대한뉴스가 옛이야기가 된 지금도 우리기업들이 터무니없는 이중가격구조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세계화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에게는 더이상 복잡한 설명이나 애국심에의 호소는 설득력이 없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국내소비자들에게 외국과 똑같은 가격과 품질을 제공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세계」「일류」등의 말을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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