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해성 고발·욕설난무 등 목적 잃어/전문가들 “가수생명 직결 신중히” 당부『○○○가 부른 노래를 베꼈음. 그러나 원곡의 제목은 알 수 없음』 『남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표절이라고 하지마. 이 X들아』
PC통신을 이용한 가요의 표절논의가 진지함을 잃고 있다. 아직 표절가요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PC통신을 이용한 고발과 논의가 표절을 감시하는 유일한 자발적 장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댄스그룹 「룰라」의 노래 「천상유애」가 일본노래의 표절곡임이 알려져 결국 그들이 활동을 중단하게 된 것도 PC통신을 통한 표절논의의 개가이다.
PC통신에서 연예 관련 대화방, 팬클럽 등 표절을 다룰 수 있는 이야기방은 30여개에 이른다. 평일에는 50∼70건의 표절 관련 논의가 이루어지고 휴일이나 특정 사안이 있는 경우에는 수백건으로 증가한다.
그러나 최근 PC통신의 일부 표절논의는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근거를 밝히지도 못하는 음해성 고발이 난무하는가 하면, 상스러운 언어와 비논리로 마구 다그치는 내용도 많다. 장난도 한몫을 한다. 표절을 뿌리뽑을 수 있는 막강한 힘에 스스로 상처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하이텔 「플라자」 등에 게재된 고발·논의 내용은 이를 잘 보여준다.
『가수 ○○○는 일본 포르노영화의 배경음악을 적당히 베껴 자기 노래로 발표한다더라. 일본 포르노영화는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상영기간도 짧아 들킬 염려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로 음해하는 경우이다.
『표절한 X들은 모두 법정에 서야한다. 특히 가수 ○○○(노래 제목 잘 모르겠음)는 반드시…』 노래의 제목도 모르면서 언어폭력을 휘두르는 예이다. 『우리 교가의 첫 마디가 동요 ○○와 같다. 표절곡이다』라는 장난에 가까운 고발이 있는가 하면, 논의의 분위기가 고조되면 욕설이 난무하는 싸움판이 되기도 한다. 심한 내용은 얼마 후 삭제되지만, 그 때까지 30∼40명이 내용을 볼 수 있다.
PC통신이 표현의 자유를 전제로 하지만 표절은 가수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진지해야 한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표절논의는 정확성과 품위를 유지할 때만이 힘을 가질 수 있다. 감정적이거나 개인적인 추측으로 임하면 목적의식을 잃게 되고 또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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