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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당하는 중동평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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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당하는 중동평화(사설)

입력
1996.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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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교 과격단체의 연속 테러로 가까스로 자리잡아 가던 중동평화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테러로 얻어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동평화의 정치적 일정이 이것으로 잠시 지연될 수는 있을지 모르나 평화로운 삶을 간절히 원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주민의 소망과 세계적 평화조류를 끝까지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양측의 평화공존세력에 더욱 강력한 지지를 보여줌으로써 파괴적 범죄집단을 자멸케 하는데 세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4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중심가의 대형 쇼핑센터는 때마침 유대인의 전통적인 축제기간을 맞아 고운 옷으로 차려입은 아이들과 부녀자들로 붐비고 있었다. 폭탄이 터지자 축제마당은 한순간에 피범벅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아라파트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반대하는 회교 과격단체 하마스의 연속 폭탄테러로 지난달 25일부터 4일까지 9일간 무고한 이스라엘 시민 60여명이 희생되고 수백명이 부상했다고 현지보도들은 전하고 있다.

사건 직후 소집된 이스라엘 정부의 비상 각료회의는 대하마스 특별군 사령부를 창설하기로 결의했다. 테러집단의 소굴을 남김없이 찾아내 조직원의 마지막 한명까지 소탕하는 군사작전이 그 목표다.

하마스의 연속테러가 노리는 목적은 대체로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93년의 평화협정에 따른 팔레스타인 자치과정의 진행을 중단시키는 것이 당장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중동평화를 주도하고 있는 페레스 이스라엘총리의 입지를 약화시켜 오는 5월로 예정돼 있는 총선에서 이스라엘 과격파가 승리하도록 간접 지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 강경보수 정권이 들어서야만 하마스의 존재가 회교권에서 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로 페레스총리는 평화협정 이행을 잠정 중단하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 출입을 봉쇄하는 등 강경조치를 발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마스 지도부의 일차적 목표가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 주장이야 어쨌든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저지르고 있는 무차별적이고 잔인무도한 살상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냉전체제가 해체된 후 세계는 소수민족의 민족주의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무차별 집단테러 행위가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지구인은 인도주의의 보편적 가치에 동의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하는 세계평화의 완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조류에 반하는 테러집단의 범죄행위는 지구인 공동의 이름으로 타도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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