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제 「4·29」 출품/92년 LA 흑인폭동과 한인 등 다뤄/74년 데뷔… 소수민족다큐 “독보적”한인 1.5세가 주축인 「우리문화 찾기회」가 다음달 뉴욕에서 개최하는 코리안 아메리칸 영화제에서는 92년 LA 흑인폭동과 미국내 한인들을 다룬 「4·29」가 단연 돋보인다.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한인들의 진솔한 삶을 선보일 이 영화제는 미국에서도 영화학으로 손꼽히는 뉴욕대 최명혜 교수(42·미국명 크리스틴 최)의 이 작품 때문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교수는 중국 상하이(상해)에서 독립운동을 한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10세때인 64년 부모와 함께 서울로 왔다. 당시 명동의 화교학교를 다닌 최교수는 타이완 싱가포르 홍콩등 중국학교 학생들의 학력시험에서 2등을 해 가톨릭계 재단의 추천으로 미국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좀 더 넓은 세계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그는 부모의 만류도 뿌리치고 13세때인 67년 혼자 뉴욕땅을 밟았다.
2년만에 고교과정을 마친 최교수는 컬럼비아대에 입학했으나 2학년때는 워싱턴대로, 3학년때는 프린스턴대로 옮겨 공부하다 73년 건축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많은 대학으로부터 장학금제의를 받은 그는 당시 미국 사회를 휩쓴 반전사상과 히피문화에 편승, 3개 대학을 거쳤다고 한다.
최교수는 다시 컬럼비아대로 돌아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간직해 온 영화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해 혼자 영화에 매달렸다. 74년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제작에 뛰어들었으며 데뷔작인 「못에서 축까지(from Spikes to Spindle)」가 TV에 방영돼 호평을 받았다. 중국 이민사를 다룬 기록물인 이 영화 제작에 들어간 돈은 2,000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텍사스에서 공부하던 홍콩영화감독 서극은 당시 유일한 아시아계 감독인 최교수를 찾아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최교수는 82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백인과 흑인 아시아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미시시피 트라이앵글」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받는 등 아시아계 소수민족을 다룬 기록영화에서 단연 독보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스스로 공부했기 때문에 내 작품은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내 한인들의 삶을 다룬 기록영화를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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