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정당에서 선심성 공약들을 남발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진지하게 진단해 보고 제시하기 보다는 우선 선거를 맞아 유권자들의 환심을 살 만한 항목들을 분야별로 나열해 놓고 보자는 식이다. 집권 여당인 신한국당이나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등 모두가 미래의 장밋빛 정책들을 경쟁적으로 내어 놓고 있다.선거공약을 이미 발표한 정당은 물론 준비 중인 정당도 그 동안 산발적으로 보도된 것을 보면 구태의연하다는 느낌을 준다. 공약은 어차피 공약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인지 이를 마련하는 정당에서도 신선한 아이디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지 않다.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조직 자금 홍보라는 잘못된 인식도 공약개발을 외면하는 이유의 하나다. 쟁점이 정책 대결로 가지 않는 한 선거풍토 개선이 어렵다고 볼 때 종래의 의례적이고 형식적인 공약제시는 지양되어야 할 정치행태다.
여야를 막론하고 1백대 공약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형식부터가 과거의 관례를 비판없이 그대로 답습한다는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공약의 틀을 만드는 것부터 신선한 맛이 없다. 각 분야의 현안 과제들을 골고루 망라하는 것보다는 국민의 관심사로 부상한 중요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즉 주요 현안 중심으로 문제를 추출해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각 분야별 나열식의 방대한 과제 제시와 개선 노력 약속은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많은 공약들을 어떻게 지키려고 1백개씩이나 늘어놓는단 말인가. 구체적 해결방안이 포함된 공약도 더러 눈에 띄긴 하지만 과연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의아심을 자아내는 대목이 적지 않다.
「봉급생활자 영세사업자 중소기업인의 조세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내년엔 3% 이내에서 물가를 억제하는 등 선진국 물가구조를 정착시키고 금리도 한자릿수로 내린다」는 신한국당의 경제 공약은 우선 듣기는 솔깃하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
또 모든 대입 지원자에게 문호를 개방, 입시 지옥과 과외부담을 해소하고 초등학교 급식을 즉각 전면 실시하며 2천년대 초까지 중학교 급식확대실시 등을 제시한 국민회의의 공약 역시 실현성이 의심스러운 사탕발림의 인상을 주기는 마찬가지다.
총선을 의식한 즉흥적 부양책은 안정기조를 해치게 되고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계론도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
거짓 공약으로 표를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정직과 성실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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