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이방인들의 “스산한 풍경화”소설가 김민숙씨가 새 장편 「파리의 앵무새는 말을 배우지 않는다」(고려원간)를 냈다. 프랑스 파리 알레지아가 13번지 거리에 모여든 젊은 이방인들의 고독과 꿈을 그린 소설이다. 대학에서 사랑하던 이와의 이별을 감수하고 86년 파리로 유학간 명화와 미생물학을 전공한 프랑스인 장 루이, 레바논 남자와 함께 살기 위해 파리로 온 독일유학생 브리기테, 일본인 히로시, 에츠코등의 사랑과 교류를 담고 있다.
스산한 풍경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4년여 파리생활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얻어 귀국한 명화는 허무감에 젖어들어 「내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되뇐다. 소설의 여러 인물은 하나같이 「삶이라는 미로상자에는 출구가 없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 열심히 교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으로는 소통하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결국 「내게도 아르헨티나의 평원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또 다른 탈출을 희구하는 것으로 젊은 날의 유학생활과 그 속에서 만난 이들의 기억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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