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국민당 과반의석확보에는 실패/사회당서 좌파연합과 손잡을땐 타격스페인 총선 결과 야당인 국민당(PP)이 제 1당으로 부상하기는 했지만 절대 과반수 확보에는 실패, 적지 않은 정국혼란이 예상된다.
국민당은 전체 350석중 절대과반수인 176석에 20석이 부족해 소수당과의 연정을 꾀해야 하는 실정이다. 21석을 확보한 3당인 좌파연합(IU)과는 근본적으로 「태생」이 달라서 결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4당인 카탈로니아 동맹(CiU)과의 연정이 불가피하다. CiU와 국민당은 친기업정책을 지지하는등 경제분야에서 이해가 일치하고 호르디 푸욜 CiU 당수 역시 이념적으로 국민당에 가깝다.
그러나 CiU는 국민당이 바스크와 카탈로니아등 분리주의운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적대감을 나타낸 것을 못마땅해한다. 때문에 푸욜 당수는 연정에 대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필요할 경우 검토해보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물론 이는 연정시 국민당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적 발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국민당은 또 CiU의 지지를 얻더라도 과반수에는 4석이 부족, 카나리아군도 동맹과도 협조해야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반면 곤살레스의 사회당은 선거전 여론조사에서 국민당에 10%정도 뒤질 것이라던 예상과는 달리 2% 미만으로 격차를 좁히는 선전을 벌여 예상외로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사회당이 좌파연합과 손을 잡을 경우에는 국민당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게 됐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향후 스페인 정정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스페인에서는 「카리스마」의 정치가 펠리페 곤살레스가 이끌어온 사회당 주도의 13년 좌파집권시대가 끝나고 75년 프랑코 사망이후 20여년 만에 다시금 우파가 정권을 잡았다. 스페인 국민들이 사회당의 부패와 경제정책 실패에 등을 돌린 것이다.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가 이끌고 있는 국민당은 「온건중도」를 표방하면서 프랑코와의 단절을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프랑코의 망령을 떠올리며 국민당의 승리가 파시스트의 준동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스페인 새총리 확실 국민당수 아스나르/온건중도 표방 「40대기수」
스페인의 새로운 총리로 확실시되는 국민당 당수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43)는 무표정하고 냉정한 인상으로 호들갑스럽다고 느껴질 만큼 정열적인 스페인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상과 뚜렷이 대비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사려 깊고 의지가 강하며 강직하고 절제된 인물이란 찬사와 나무토막처럼 경직된 인물이라는 비판이 공존해 왔다.
경직돼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듯 그는 이번 선거운동과정에서 음담패설을 좋아한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부드러운 남자」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아스나르의 강한 이미지는 프랑코 총통을 연상시켜 국민당이 결국 과반수를 넘지 못한 중요한 이유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소장의원 시절 그의 선거운동방식은 독특했다. 그는 선거운동원을 일체 대동하지 않고 단신으로 자동차를 몰고 끝없이 지역구의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면서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렸다. 이 때문에 「돈키호테」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단신에 콧수염이 특징인 아스나르는 마드리드 법대를 나온 뒤 세무변호사로 잠시 활동하다 78년 국민당의 전신인 국민동맹(PA)에 입당, 정계에 입문했으며 82년 29세의 나이로 마드리드 근교 아빌라지역에서 처음으로 의원에 당선됐다. 그 해는 「40대 기수」를 주창했던 펠리페 곤살레스의 사회당이 압승, 13년간의 통치가 시작된 시점이었다. 90년에 국민당 당수가 된 아스나르는 93년 총선에서 곤살레스의 사회당에 석패했으나 「40대 기수론」을 들고 나온 이번 선거에서 이제는 50대 중반에 접어든 곤살레스에 설욕한 것이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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