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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조선 고서화 진위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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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조선 고서화 진위논란

입력
1996.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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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이인문 등 10명 합작 「고산구곡시화병」/“1인이 만든 가짜 국보취소를” 서예가 김태정씨/“학계 등 문제공론화땐 재검토” 심사위원 문화재국87년 지정된 국보 237호 고산구곡시화병(개인소장)이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서예가이자 화가인 김태정씨(58·대구 돈보스꼬예술대교수)는 4일 단원 김홍도, 긍재 김득신, 고송류수관 이인문등 10명이 합작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화재가 한 사람이 만든 가짜 작품이라며 『국보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한 사람의 일관된 붓버릇이 드러나는 점을 근거로 들고 단원의 낙관이 있는 작품도 단원의 화풍과 판이한 졸작인 점등을 지적, 『위작자의 기량은 기초를 갖추지 못한 초급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김씨는 이같은 내용을 논문형태로 정리, 4월중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다. 김씨는 서울대 문리대와 타이완문화대 예술대학원을 나와 한국서예협회 초대이사장, 한·중미술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문제의 작품은 율곡 이이가 황해 해주군 고산면 석담의 경치를 읊은 고산구곡가를 주제로 당대의 이름난 화원과 학자들이 1803년 7월부터 9월까지 제작한 12폭짜리 대형 병풍(세로 1백37.4㎝, 가로 5백62㎝)이다. 문화재위원회는 소장자의 신청에 따라 심의를 거쳐 87년 7월16일 국보로 지정했었다.

김씨의 주장에 대해 K문화재위원은 진품이 아니라고 본다는 견해를 밝히고 『지정 당시에도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문화재전문위원 자격으로 지정보고서를 작성했던 미술사학자 H씨는 『사계의 권위자들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지정한 것이므로 전혀 하자가 없는 작품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의를 맡았던 문화재위원 A씨는 『여러 화가와 유학자가 참여했고, 율곡선생의 작품을 주제로 한 점에서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진위여부에 대한 시비가 있다면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영 문화재관리국장은 『지정문화재에 대한 반대의견은 명백한 학문적 논증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문제가 학계에서 공론화한다면 문화재위원회를 소집,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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