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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작가 뒤라스 사망/「연인」 등 숱한 화제작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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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작가 뒤라스 사망/「연인」 등 숱한 화제작 남겨

입력
1996.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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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도전적인 문체/누보로망계열 기수 평가/연극·영화서도 큰 발자취소설 「연인」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3일 파리의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82세.

본명이 마르그리트 도나디외인 뒤라스는 베트남이 프랑스식민지였던 1914년 사이공(현재 호치민) 근교 지아딘의 백인 상류층집안에서 태어났다. 1932년 프랑스로 이주, 1933∼36년 소르본대에서 법학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1943년 가족사를 중심으로 여인의 성장을 다룬 소설 「철면피들」을 발표, 작가활동을 시작했다. 상징적이고 화려하며 도전적인 문체로 누보로망(신소설)의 전위역할을 맡았던 그는 54년 단편집 「숲 속의 나날들」로 장 콕토상, 84년 「연인」으로 프랑스 최고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았다. 86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제하고는 최고의 상금(5만달러)이 주어졌던 「리츠 파리 헤밍웨이상」을 수상했다. 1920년대 사이공을 배경으로 16세 프랑스소녀와 부유한 화교청년의 사랑을 그린 「연인」은 프랑스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렸고, 장 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로 제작돼 세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이밖에 「태평양을 막는 제방」 「모데라토 칸타빌레」 「지브랄타 수부」 「여름저녁 열시 반」 「롤 V 스텐의 황홀」 「부령사」 「북중국의 연인」 「얀 안드레아 스타이너」등을 발표했다. 또 58년 「히로시마 내 사랑」등 16편의 영화를 제작하면서 독창적 실험으로 영화계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고 자신의 소설을 각색, 수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뒤라스는 1944년 레지스탕스운동에 가담했으며, 그 해 가을 공산당에 가입했다가 50년 탈당하는등 사회문제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지난해 숨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과는 레지스탕스 동료이며 절친한 친구였다. 그는 알코올중독으로 수차례 죽음직전까지 간 바 있고 88년이후 자주 혼수상태에 빠졌다. 두 번 이혼했던 그는 35세연하의 동성연애자 얀 안드레아와 사랑에 빠져 94년 11월부터 95년 8월초까지 그와의 사랑을 담은 일기작품 「이게 다예요」를 최근 내놓은 바 있다. 유족은 두번째 남편 디오니스 마스톨로와의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으며 장례식은 7일 파리에서 치러진다. 뒤라스는 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 「앙데마스씨의 오후」(62년)로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 영화 「연인」의 국내상영을 계기로 인기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크리스티안 블로―라바레르가 쓴 평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여성사간)가 발간됐다.

고려대 김화영 교수는 『뒤라스는 생존한 프랑스작가중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며 『누보로망계열의 기수이면서도 독립적인 문학경향을 확립했고 70년대에는 영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한 문학인이었다』고 평가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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