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출신이 92명 42%/수도권엔 젊은후보 “비중”국민회의는 3일 2백53개 지역구 가운데 2백18명의 공천자를 최종확정, 발표했다.
그동안 관심을 집중시켰던 호남지역 물갈이는 9명의 중폭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민주당에 잔류했거나 지역구를 서울로 옮긴 경우등 자연물갈이 8곳을 합치면 17명의 현역의원이 교체됐다. 호남 전체선거구 37곳의 46%에 달하는 대규모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내용적으로도 4선과 3선이 각각 2명, 재선이 3명등 중진급이 7명이나 돼 실질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현역의원 물갈이에는 주로 도덕성 및 현지여론과 6·27지방선거결과 등이 공천기준으로 작용됐다. 국민회의는 특히 신순범(여천) 최락도(김제)의원등 금품수수물의를 빚었던 의원들을 대부분 탈락시켰다. 사건의 진위와는 관계없이 국민의 정서상 이들이 재공천될 경우 수도권 선거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보아진다. 한때 전남 나주에 김장곤의원의 대안으로 유력시됐던 이재근전의원이 막판에 배제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광주에 5·18몫을 배려하지 않은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천을 신청한 5·18단체인사들이 대부분 약점을 갖고 있거나 명실상부하게 5·18을 대표할만한 인물이 없었던 탓도 있지만 5·18문제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인식변화가 어느정도 반영됐다는 분석들이다. 이 바람에 교체가 확실시됐던 이길재의원(광주 북을)이 구사일생으로 구제됐다.
공천자들을 직업별로 보면 전문직 출신이 92명(42%)에 달해 의정활동의 전문성 고려와 직능분야에 대한 배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재야출신을 30여명이나 공천한 것은 야성강화라는 포석으로 분석할 수 있다. 여성인사로는 추미애(서울 광진을) 김희선(동대문갑)씨등 5명을 공천했는데 이는 유권자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연령별로는 30∼40대가 88명으로 40%를 넘는다. 특히 수도권지역은 96명중 38명이 30∼40대다. 신한국당과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세대교체론을 의식, 상대적으로 젊은 후보들에 비중을 두었다.
이와 함께 공천탈락자들의 반발도 만만치않아 상당기간 극심한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상현 지도위의장은 자신의 계보 현역의원들이 3명이나 탈락한 데다 자신이 강력히 지원했던 김종배씨가 광주 서구공천에 탈락한 것 등에 반발, 중대결심설등을 내비치고 있어 당지도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보성·화순의 유준상의원도 3일 공천발표직후 당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재심을 요구했다. 유의원도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탈당, 무소속출마등 중대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최락도의원도 무소속출마 불사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호남싹쓸이와 수도권 선전을 통해 1백석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국민회의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이계성 기자>이계성>
◎희비교차 공천심사 뒷얘기/4선 유준상 의원 탈락 최대이변/박태영 의원은 조직분규 원인 막판 쓴잔/이길재·정균환·김인곤 의원 등 기사회생
국민회의가 우여곡절끝에 3일 확정, 발표한 15대총선 공천은 숱한 뒷얘기를 남겼다. 공천심사위는 서울을 떠나 경기 기흥 콘도에서 2박3일 심사를 진행했으며 김대중 총재는 수시로 권노갑의원을 통해 자신의 뜻을 심사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천에서 최대관심사는 호남 현역의원들의 물갈이문제였다. 공천탈락의원중 예상을 깬 인사는 유준상의원(보성·화순)과 박태영의원(담양·장성). 4선의 유의원은 민주당 부총재를 지낸 중진의원이나 지방선거 경기지사후보인선과정에서 김총재의 뜻을 거슬러 장경우의원을 적극추천했던 것이 이번 탈락의 발단이었다는 게 정설이다. 유의원은 또 국민회의창당과정에도 쉽게 참여하지 않고 버티다 막판에 합류하는등 김총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한 공천심사위원은 『현지여론이 전남 모든 지역구중 최하위이고 경합자인 한영애 위원장(화순)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렸다』는 점도 그가 공천에서 탈락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박의원은 현지에서 공천반대위원회가 조직되는등 조직분규가 극심해 결국 공천에서 탈락됐다. 심사위는 『박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고 그의 고향인 장성출신이 3명이나 출전해 득표력이 의문시된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반면 공천탈락후보 0순위로 거론됐던 이길재의원은 공천심사위에서 구제돼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의원은 민주당시절 반DJ노선을 보였던 개혁모임에 참여했던 게 걸림돌로 작용했으나 심사위에서 같은 재야출신인 김근태 부총재가 구제를 적극주장, 관철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과 함께 정균환(고창) 김인곤(함평·영광) 김영진의원(강진·완도)이 막판까지 흔들린 의원들이었다. 정의원은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을 무소속에 빼앗겼던 점이 김상현 지도위의장측에 의해 지적당했다. 정의원은 당초 김의장의 민주대학을 통해 정계에 입문하고서도 원내에 진출한 뒤에는 김의원편에 서지 않아 김의장을 서운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김인곤의원은 지방선거당시 금품수수로 사법처리된 점이 부담이었으나 『개인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총재로부터 사면을 받았다.
○…탈락자 확정못지않게 그들의 대안을 찾아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나주에선 당초 이재근 전 의원의 권토중래가 유력시됐었다. 그러나 신순범의원 파문이 터지면서 이전의원의 상공위외유사건이 새삼 거론됐고 김장곤의원도 이전의원 공천수용불가 입장을 밝혀 정치신인인 정호선 경북대교수로 낙점됐다. 보성·화순의 박찬주 변호사는 김총재가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천의 김성곤 영산대교수는 김상현 지도위의장의 강력한 추천이 주효했다.
경기 광명을에 동교동측에서는 당료출신 배기운씨를 밀었으나 안동선 경기도지부장이 김은호씨를 적극지원, 김씨로 낙착됐다. 동교동측은 조직책선정과정에 강한 불만을 품고 한때 당공식행사에도 나오지 않았던 안의원을 무마하기 위해 김씨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신효섭 기자>신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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