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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M의 성과(사설)

입력
199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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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에서 막을 내린 제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는 사상 처음 집단적이고 다각적으로 두 대륙을 잇는 교류와 협력의 방향을 설정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아야 할 것이다. 이는 곧 북미와 유럽에 대등하게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아시아가 역동적이고 중요한 제3의 지역임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회의는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양쪽 필요한 나라들 간의 쌍무적인 대화와 협력이 대륙차원의 공동협력의 시대를 연 것이다.방콕회의는 25개국이 참석한 첫 대형국제회의치고는 매우 소중한 합의를 도출해 냈다. 당장 실질적인 합의는 없지만 21세기에 대비하여 두 대륙이 다각적인 협력의 방향과 원칙을 마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폐막후 회의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에서 두 대륙이 세계평화 및 안정유지와 공동목표의 추구, 그리고 동반자 관계의 구축을 협력의 기본 방향으로 하고 정치분야에서 유엔헌장과 세계인권선언 등의 이행다짐과 유엔체제의 개혁, 포괄적인 핵실험 금지조약의 조속체결, 핵무기 비확산노력 지지, 화학무기협약의 조기발효 등에 합의한 것은 의의가 크다.

특히 경제협력에 있어 두 대륙관계를 개방적인 다자무역체제, 비차별적 자유화 및 개방적 지역주의에 대한 공약에 기초하기로 한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개방무역 정신을 구체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민간기업들간의 비즈니스·포럼을 창설하는 한편 환경보호와 국제범죄 퇴치에 긴밀히 협력키로 한 것도 성과로 들어야 할 것이다.

비록 의장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북한―중국―인도차이나―싱가포르를 연결하는 범아시아 관통철도를 건설하여 장차 아시아와 유럽을 철도로 잇기로 한 것은 괄목할 만한 결정이다. 북한의 동의만 남은 이 철도가 건설될 경우 우리 업체들에 대거 참여의 기회가 주어질 것은 틀림없다.

이번 회의에서 한국은 적지 않은 외교적 실적을 올렸다. 우선 2년마다 열리는 ASEM의 2천년 3차회의의 서울유치에 성공한 것이며 또 김영삼 대통령이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내용의 대부분이 합의, 의장성명에 포함된 점이다.

이처럼 3차 서울회의결정과 김대통령의 제의가 채택된 것은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과 함께 세계 13대 무역국으로서의 경제적 저력, 그리고 문민정부 이후 내정개혁등에 따른 한국의 국제적 위상의 제고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ASEM회의로 아세아·유럽간 협력의 틀이 마련된만큼 정부는 이를 정치·경제적 실리확보와 국가안보 보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 종래의 미국·일본 편중의 정치·경제적인 협력체제에서, 앞으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각국과의 다방면적이고 전방위적인 협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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