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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자기삶의 반추(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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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자기삶의 반추(천자춘추)

입력
1996.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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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평소 명랑하고 야심에 찬 존재이지만 사실은 무상한 세월 속에 근심 걱정을 짊어지고 살고 있는 나약한 존재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삶의 향락과 부질없는 꿈에 도취되어 자기존재의 실상을 잊은채 살고 있다. 「불설비유경」은 다음과 같이 인생의 실상을 가르쳐 준다.옛날 어떤 사나이가 코끼리에게 쫓기다가 우물을 발견하곤 급히 등나무줄기를 타고 그 속으로 내려갔다. 우물바닥에는 독룡이 입을 벌리고 벼르고 있었다. 사나이는 기겁을 했다. 가까스로 숨을 돌렸는가 했더니 사면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위를 쳐다보았더니 흰 쥐와 검은 쥐가 등나무줄기를 갉아먹고 있었다. 사나이는 생명의 위험에 떨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 위의 벌집에선 달콤한 꿀방울이 떨어져 그 사내의 입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나이는 꿀맛에 도취되어 자신이 처한 위험을 잊고 희희낙낙하고 있었다.

여기서 코끼리는 인생의 무상을, 우물은 현재의 육신을, 네 마리의 독사는 지 수 화 풍으로 이야기되는 사대를, 등나무줄기는 생명을 말한다. 흰 쥐와 검은 쥐는 낮과 밤을 가리킨다. 꿀은 인간의 재물욕 색욕 명예욕 수면욕으로 이야기되는 오욕감을 말한다. 우리의 생명줄은 백년도 못 가서 끊어질 것임에도 사람들은 부질없는 세상잡사에 정신을 쏟다가 가련한 일생을 마치고 만다. 착하고 보람된 일만 한다 해도 짧은 인생이거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안간힘을 쓰다 생을 마감한다.

원효대사께서는 「기생불수어늘 허과일야하느냐…신필유종하리니 후신하호아(얼마나 살건대 닦지 아니하고 헛되이 밤낮을 보내느냐…몸은 반드시 마침이 있으리니 다음 몸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하셨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살아온 자기 삶을 조용히 반추해 보고 시행착오가 있었다면 이를 과감히 수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여 실천에 옮길 줄 아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도원 천태종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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