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개혁작업 “총지휘자”/평직원부터 시작 오너겸 실무중역/고객에게 기쁨·풍요주는 경영 강조「33개 계열사를 20개로 통합개편(95.12.4)」―「대단위 팀제도입(96.1.4)」―「능력위주 연봉제 본격실시(96.1.13)」―「토요격주 휴무제도입(96.1.15)」
재계순위 12위의 두산그룹에서는 지난 3개월간 기업입장에서는 「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같은 큰 변화들이 계속 이어졌다. 구한말 직물도매상 「박승직상점」을 모태로 시작된 두산이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 변화의 의미와 무게는 한층 더하다.
두산의 개혁작업은 지난해 11월 박용만 부사장(41)이 그룹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직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시장개방등 지금의 주변상황은 두산이 창업된 구한말 개화기와 유사한 신개화기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창립 100년을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변화와 개혁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입니다』
박부사장은 두산그룹의 초석을 다진 고 박두병 회장의 5남이자 박용곤현 회장의 다섯째동생. 오너패밀리의 일원이지만 사실은 전문경영인에 더 가깝다.
경기고·서울대 경영학과에 미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라는 「눈부신」 학력이 그렇고 82년 두산건설 평직원으로 시작, 두산맥주와 두산종합식품등 여러 계열사에서 차장―부장-이사대우―상무를 차근차근 밟아온 경력 역시 전문경영인에 손색이 없다. 그 자신도 『(오너와 실무중역으로)두 가지 모자를 쓰고있지만 실무중역 모자가 훨씬 무겁다』고 말한다.
박부사장은 경영의 3대 핵을 ▲정보 ▲전략 ▲인재라고 꼽으면서 현재 진행중인 개혁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두산의 경쟁력이 어디있는가에 맞춰 전략을 짜고 이에 따라 계열기업을 통합한 것이며 능력급제도입과 여가 또는 재충전기회 확대를 통해 인재를 기른다는 시나리오다. 이론과 실전으로 경영현장을 두루 경험한 탓인지 그의 경영론은 매우 설득력있고 명쾌했다. 그는 특히 「직업정신」을 여러차례 강조했는데 「고객지향성」이란 개념이 최근 두산에서 강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기업은 고객때문에 존재합니다. 고객에게 기쁨과 풍요를 주는 것이 기업의 경영목표가 돼야합니다』
박부사장이 몰아온 두산의 잇단 변화는 보수안정적 경영이라는 지금까지의 그룹분위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조직의 문화는 제도와 분위기가 달라지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박부사장은 두산이 더이상 보수적 기업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기조실장이 된 이후는 거의 일에만 파묻혀 지내지만 이전에는 괜찮은 팝 콘서트가 있으면 빠짐없이 찾아갔던 멋과 여유를 즐기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혼자 틈틈이 익힌 사진촬영은 전문가수준이다.<배정근 기자>배정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