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은 과거 세대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게서 그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나이 삼십이 가까워오면 초조해져서 어떻게든 결혼하려고 하던 과거의 행태는 사라져가고 있다. 그들은 「노처녀」에 대한 사회적 압박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러다보니 그런 압박자체가 약화하고 있다.혼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생각을 그들은 거부하고 있다. 왜 결혼해야 하는가, 왜 상대가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 결혼으로 얻을 것은 무엇이고 잃을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들은 차근차근 따지고 있다. 근거가 희박한 낙관적인 전망과 애매모호한 사랑의 감정만으로 결혼하다니,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짓을 한단 말인가 라고 그들은 반문한다.
이제는 많은 어머니들도 딸들의 결혼관에 적응해가고 있다. 부인들이 모이면 으레 시집가려고 애쓰지 않는 나이찬 딸 때문에 걱정하는 어머니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차츰 혼기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것 같다. 『하긴 덮어놓고 시집가서 뭘하겠어요? 일 재미있게 하고, 저 살만큼 돈 버는데, 꼭 시집가고 싶은 사람아니면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라고 어머니들은 말한다.
그 사람과 한평생 같이 살아야겠다고 결심할만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후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여 가사와 직장일에 도움을 얻을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손해를 무릅쓸만한 어떤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결혼을 서둘러야 하는가. 내조를 받는 남자 동료들과 직장에서 경쟁하면서 가사까지 책임져야하고, 아이가 생기면 친정으로 시집으로 아이맡기러 뛰어다녀야 하는것이 결혼인데, 그 고달픈 세계로 들어갈 이유가 무엇인가. 젊은 여성들의 이런 계산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젊은 남자들 사이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결혼, 가사, 육아의 책임은 아직 여자에게 더 큰 부담이므로 결혼기피증이 여자들처럼 심각하지는 않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인구의 성비가 남자의 결혼에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91년 현재 여자아기 출생 100명당 남아수는 115.6명인데, 젊은 여성들의 결혼기피증까지 겹치고 있으니 장가가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사나 육아를 사회가 제도적으로 분담하고, 남자들이 내조를 요구하는 남편이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의 의식을 갖추는 등 젊은 여성들을 결혼으로 이끄는 여러가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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