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논·푸대접논 단골메뉴/수뇌부들 총출동 경쟁적포화/지역연고 증명위해 가계보배포 해프닝까지15대 총선이 40여일앞으로 다가오면서 각당의 지역감정 부추기기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여야지도부는 최근 전국순회 지구당대회에서 타지역에 대한 묘한 반감 또는 경쟁심리를 자극하거나 해당지역 주민들의 정치·경제적 「소외」를 한껏 부풀리는 원색적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강세를 보이는 상대당을 깎아내려 반사이득을 챙겨보겠다는 의도다.
법정 선거운동 개시일을 25일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벌써부터 심화하고 있는 이같은 현상은 본격 선거전이 개막되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특징은 지역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이 나온 지역이 주로 각당의 전략적 요충 및 취약지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선거여건을 손쉽게 극복하기 위해 감정을 건드리는 자극적 수법을 동원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반해 각기 텃밭에서 「싹쓸이」를 외치는 목소리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아무래도 시간적으로나, 현지분위기상으로나 아성공략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는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선거막판에 이르면 역으로 상대당의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안방 지역주의를 부추길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야수뇌부의 문제발언을 보면 김윤환 신한국당대표는 최근 대구·경북지역 지원연설에서 자민련을 겨냥, 『30년간 이 나라 근대화와 민주발전을 이끌어온 TK가 일개 지역당에게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만섭 전국회의장도 「TK자존심」을 앞세워 자민련을 공격했다. 여기에는 자민련이 「충청도당」임을 부각, 충청권에 대한 TK의 견제심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음이 물론이다. 김대표는 또 『우리가 분열하면 그것이 결과적으로 누구를 이롭게 할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자민련과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회의의 집권불가론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지난달 23일 강원강릉갑·을지구당대회에서 기존의 강원도 무대접론에서 더 나아가 『그동안 정부가 강원도를 수탈하기만 하고 방치해왔다』는 원색적인 용어를 불사했다. 마치 봉건적 착취관계를 연상시키는 이같은 「수탈론」에 대해 신한국당 등은 『지배와 피지배관계로 과장한 극단적 표현으로 지역분열을 조장했다』며 발끈했다.
이와함께 자민련은 각 지구당에 내려보낸 대국민홍보 자료에서 『지난해말 개각에서 강원도출신은 단 한명도 장관에 기용되지 않았다』는 요지의 「강원무대접론」, 『두 전직대통령 등 TK가 배출한 인물은 대부분 현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았다』는 「TK토사구팽론」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자민련의 근거지인 충청도 푸대접론도 빼놓지 않았다.
이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지난달 여권이 신한국당 이회창선대위의장의 충청권연고를 「증명」하기위해 그의 상세한 가계보를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작성, 배포한 것도 지역주의적 발상에 의한 해프닝이었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뚜렷한 지역기반이 없는 민주당은 『3김정당이 텃밭은 철저히 지키고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온갖 자극적 용어로 갈등을 조장,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며 연일 비난을 퍼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근대적 선거풍토를 혁파하자는 어떠한 고언이나 비판도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여야 정당들앞에서는 무의미한 듯하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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