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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의 자퇴소동(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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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의 자퇴소동(장명수 칼럼)

입력
199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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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인문계 고교입시에서 여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론화하여 시끄러웠는데, 다시 남녀공학 고교의 남녀분리 내신이 문제가 되고있다. 서울 구정고의 자연계 2학년 여학생 35명은 분리내신에 항의하여 집단 자퇴서를 냈는데, 그같은 반발이 다른 학교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남녀공학 고교의 내신산정에서 남녀를 분리할 것인가 통합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남녀별·계열별로 이해가 엇갈려 그동안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자연계 여학생반은 숫자가 적은데다가 일반적으로 우수한 학생이 몰려있기 때문에 내신분리로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지만, 자연계 남학생들은 우수한 여학생들과의 통합을 원치 않고 있다. 또 지역에 따라서는 인문계 여학생들도 내신통합이 불리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통합에 반대하고 있다.

자연계 여학생들이 내신분리로 당하는 불이익은 심각하다. 남학생반의 1등급과 같은 성적의 여학생이 2등급 3등급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종전의 내신산정 기준으로는 정원 34명 이내의 반에서는 1등급이 한명도 나올수 없는데, 91년 내신을 통합한 현대고의 경우 자연계 여학생반 학생이 33명밖에 안되어 특히 문제가 됐었다. 이번에 여학생 집단자퇴 소동이 벌어진 구정고의 2학년 자연계 학생은 남학생 2백90명 여학생 35명으로 남학생은 8명이 1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여학생은 겨우 1명만 받게 된다.

현재 서울시내 30개 남녀공학 고교중 내신을 통합한 학교는 현대고 뿐인데, 내신통합이 그만큼 어려운 작업임을 짐작케 한다. 다른 학교들도 자연계 여학생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왔으나, 훨씬 숫자가 많은 남학생 부모들의 반대와 인문계 여학생 부모들의 방관으로 통합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현대고의 김두성교무주임은 『내신을 통합한후 과거 1등급에 들어갈 수 있었던 자연계 남학생이 2등급으로 밀리기도 하지만, 여학생들이 겪던 불이익과는 비교가 안된다. 또 인문계 여학생들이 내신통합으로 불리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학부모들이 다수결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교육당국이 시대의 흐름과 명분에 맞도록 판단할 문제다. 내 아이에게 해로우냐 이로우냐에 따라 이기적으로 대립하는 학부모들의 눈치를 볼게 아니라 학교장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본인의 희망과 관계없이 남녀공학에 배정된 여학생들에게 공학으로 인한 불이익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부당한 차별을 방치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교육적인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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