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매체 다채널시대의 문을 연 케이블 TV가 본방송을 시작한 지 오늘로 만 1년이 된다. 이젠 이를 빼놓고 방송을 이야기할 수 없을 만큼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출범 초기엔 전송망 설치부진과 컨버터 공급부족 등에 따른 가입저조로 한때 주춤거리기도 했으나 지난해 후반기부터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 일부 업체는 올 하반기부터 흑자를 기대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케이블 TV의 시청가구는 2월말 현재 68만여가구에 유료가입자가 44만가구나 된다. 가입신청 대기자도 12만가구에 이른다. 한 가구당 평균 3·5명이 시청한다고 해도 전국민의 5%인 2백38만명이 케이블 TV를 보고 있다는 계산이다.
초창기 지지부진했던 전송망 설치도 궤도에 올라 53개 지역종합유선방송국(SO)관할의 7백80만가구중 48·7%에 달하는 3백80만가구에 전송망이 깔리는 높은 홈패스율을 보이고 있다. 채널도 본방송을 시작할 때는 20개였으나 이젠 27개 전부가 이상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케이블 TV는 외형은 발전의 틀을 갖추었으나 프로그램과 기술 등 그 내용은 아직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 TV의 성공의 열쇠가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케이블방송의 성격상 프로그램의 순환방송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재방이 너무 많다. 몇년전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몇차례씩 내보내거나 수준이 낮은 외국의 프로그램으로 시간을 때우는 식의 편성은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24시간 방송체제를 갖추는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1년 동안 전 업체가 약3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이럴수록 질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광고수입이 신장되지 않는 것도 이 점이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다.
7월부터 위성방송이 시험방송에 들어가고 공중파방송이 4일부터 오전방송을 2시간씩 늘리며 97년부터 종일방송을 예정하고 있어 케이블 TV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럴수록 채널의 특성을 살린 질높은 프로그램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
정부도 케이블 TV가 경쟁력을 갖도록 종합유선방송국 겸영과 복수소유 문제 등을 검토할 때가 됐다. 현재와 같은 프로그램공급자와 방송국운영자등이 다른 3분할체제에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이를 위한 법의 정비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 일도 많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도 많은 것이 케이블 TV의 실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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