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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부재의 저질공방(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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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부재의 저질공방(사설)

입력
199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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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총선거를 40여일 앞두고 요즘 여야가 벌이는 치열한 정치전쟁으로 국민은 어지럽고 불쾌하기만 하다. 4개 정당이 「보수와 급진」 「수구와 개혁」을 들먹이며 전개하고 있는 공방은 겉으로는 마치 거창한 이념논쟁―노선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각당이 표를 얻기 위해 나머지 3개당과 수뇌를 무분별하게 흠집내고 깎아내리는 저질스러운 이전투구에 불과하다. 거의 욕설에 가까운 이러한 비방전이 선거분위기를 벌써부터 흐리게 하고 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민주정치의 핵심은 타협과 건전한 토론문화의 확립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헌정 48년째인 지금까지 정치가 전근대적 양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직도 토론문화를 정착시키지 못한 때문이다.

연초 이래 지속된 여야의 비방전 속에 김종필자민련총재가 시작한 이번 논쟁도 한국정치의 병폐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총재는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역사 부정에서 출발한 지금의 개혁은 개혁의 탈을 쓴 급진주의이자 파괴주의이며 역사 바로세우기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국민회의에 대해서도 배를 산으로 끌고 갈 믿을 수 없는 정당이라고 공격한 것이다.

이에 신한국당은 『프랑스혁명후의 왕당파와 같은 반동적 작태이며 역사 바로세우기는 자민련과 같은 쿠데타·독재정치를 통해 훼절한 역사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또 국민회의는 양당의 공방을 군사독재의 사생아들과 잔재들의 「도토리키재기」라고 비아냥대는 등 그야말로 오직 모두를 적으로 삼는 공격이어서 건전한 토론과 정책적인 자세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공방속에서 각당이 자기들이 「건전한 보수」 「보수본류」이며 상대방을 검증안된 세력들이라고 매도하는 자세는 소위 국리민복을 책임지는 공당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른바 세계 제1의 영국식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장치인 선거법을 도입하고도 오히려 각당이 선거분위기를 혼탁하게 하고 있는 점과 자기당만이 선이고 나머지 당과 지도자들은 악과 범법자내지 전과자같이 규정, 매도하는 발상이다.

각당은 하루빨리 무모한 비방과 깎아내리기를 중지하고 국민이 손꼽아 기대하는 정책경쟁, 공약경쟁에 나서야 한다. 외교·국방·경제·사회·교육등 각분야에 걸쳐 합리적이고 합당한 정책, 공약을 내세워 토론을 제기해야한다. 국민들은 물가문제 하나만 이라도 대토론을 기대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 진정으로 정당간의 이념논쟁을 전개하려 한다면 비방과 인신공격을 일체 삼간채 시대적으로 합당한 논리를 바탕으로 논쟁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국민은 언제까지나 저질논쟁, 비방경쟁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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