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선 전철 이용자들을 한동안 공포에 떨게 했던 전철폭파 협박범이 다름아닌 평범한 우리 이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 경찰에 구속된 범인 이원철씨(37)는 D대를 중퇴하고 전자제품대리점 중간간부인 영업과장을 맡고 있는 2남1녀의 가장이었다. 인천 부평구 부개동 수도권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살고 있는 이씨는 경찰에서 『전철이 너무 연착이 잦아 지각하기 일쑤여서 철도청에 항의를 한다는 것이…』라며 뉘우쳤다고 한다. 이씨는 전철연착으로 지각할 때면 이따금 철도청에 문의전화를 했지만 납득할 만한 해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13년동안 전철을 이용해 왔다는 이씨는 연착했을 때도 역당국은 안내방송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털어놨다.「지각철」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수도권 전철은 걸핏하면 연착에다 출퇴근 시간이면 승객들이 짐짝취급을 당하기 예사다. 게다가 사고도 심심찮게 발생, 승객들을 조마조마하게 한다. 당국은 입버릇처럼 서비스개선을 외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 지경인데도 전철이용 시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인내심을 발휘해 달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동기야 어쨌든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이씨의 행위를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아직은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깨어나고 있는 과정이어서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소송이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권리의식 신장경향은 소송만능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부당한 행위 하나하나가 소송대상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마침 철도청은 이 사건이 나자마자 서비스 개선을 게을리한 책임을 솔직히 시인했다. 사건이 날 때마다 변명과 책임전가로 일관하던 공직사회 분위기에서는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국민 대부분은 철도청의 슬기로운 대응에 박수를 보냈을 것이다. 책임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개선의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4·11 총선을 앞두고 정당마다 후보마다 갖가지 공약을 내걸고 표를 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헛된 공약 100가지를 내세우는 후보보다 서민들의 일상적인 불편을 해결해 줄 후보에게 표를 던지자. 어찌 보면 이씨의 불행의 원인도 잘못된 투표로 귀착될 수 있다.<박진열 기획관리부장>박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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