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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마땅한 카드가 없네”/쿠바,미 제재조치에 대응책 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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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로 “마땅한 카드가 없네”/쿠바,미 제재조치에 대응책 부심

입력
1996.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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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생 호기서 돌발사태로 다시 수렁에/피격기 영공침범 주장속 유화제스처 병행미국의 대쿠바제재조치에 따라 피델 카스트로정권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대쿠바 「여행 통신 금융거래 완화」조치로 경제회생의 호기를 맞았던 카스트로는 민항기 격추사건으로 또 다시 미국의 제재를 받게 돼 경제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실제로 쿠바는 양국간 전세기 운항정지에 따라 중요한 외화 가득원을 잃게 됐는데 지난해 전세기를 이용해 쿠바계 미국인들이 쿠바로 갖고 온 돈은 1억1,700만달러에 달했다. 또 클린턴 대통령 취임후 양국간에 흐르던 해빙무드가 무산돼 고립탈피 정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같은 유무형 손실에도 불구, 미국의 제재에 대한 쿠바의 대응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실적 맞대응 수단이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탓이다.

따라서 쿠바는 민항기 격추의 정당성과 미국제재의 부당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외교적 노력에 일단 치중하고 있다. 로베르토 로바이나 곤살레스 쿠바외무장관이 27일 쿠바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한 유엔특별총회 소집을 요구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쿠바는 우선 피격기들이 자국영공을 침범했을 뿐 아니라 피격기들이 자국항공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계속 비행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피격기들이 소속한 「구조를 위한 형제들」이란 단체가 카스트로 정권 전복을 위해 활동하는 「적대적 집단」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84년 개정된 시카고 협약에 의거, 쿠바의 행위를 「공해상에서 자행된 민항기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 반박논리다. 동시에 쿠바공군의 공격이 불가피했다고 변명하고 있다. 또 미국군함들이 자국영해에서 사고조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 미국에 대해 유화제스처를 쓰기도 했다.

외교적 노력은 유엔총회와 러시아 중국에 집중될 전망이다. 총회에서 행사하는 비동맹국가들의 발언권과 함께 미국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견제력을 이용하자는 계산이다. 러시아는 26일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자국 민항기의 쿠바영공 침범을 막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해 쿠바를 간접 지원했다.

어쨌든 클린턴과 카스트로는 이번 사건으로 상당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카스트로에게는 마땅한 양보카드가 없다. 반체제 인사 억압완화등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이것은 체제붕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쉽사리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반면 클린턴도 쿠바를 너무 몰아붙일 경우 카스트로가 94년처럼 난민방출등 강수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이 국제법을 자국에 유리하게 해석하며 외교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구조를 위한 형제들」은 또 위험한 「곡예비행」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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