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 「억지흥미」 식상에 생활속 감동적 소재 눈돌려사랑영화들이 많아졌다. 그것도 아주 특별하거나 심각하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경험들을 잔잔히 그린 작품들이 다양하게 쏟아져 나온다. 최근 관객들의 취향이 단순한 흥미보다는 감동을, 억지로 꾸며낸 격정과 갈등 보다는 생활냄새가 밴 사랑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쪽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달초 감미로운 「사브리나」로 시작한 사랑을 소재로 한 외화는 3월에 「센스, 센서빌리티」 「비포 선라이즈」 「단짝 친구들」로 이어진다. 1일 개봉되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도 알코올중독자와 창녀가 주인공이지만, 둘의 사랑은 조용하고 애틋하게 인간의 영혼을 울린다. 한국영화도「은행나무 침대」는 전설속의 사랑을, 배창호감독의 자전적 영상인「러브 스토리」는 현실 속의 소박한 애정을 각각 이야기한다.
마치 옛 일기장이나 수채화같은 이 영화들이 담는 사랑은 자그마하고 따뜻하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비포 선라이즈」(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기차여행에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가슴 설레는 만남과 아쉬운 이별의 이야기이다. 정반대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미국청년(에단 호크 분)과 프랑스 여대생(줄리 델피 분)이 꿈꾸듯 하루를 보낸다.
「영화 속 사랑의 주인공은 미인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깬 아일랜드영화「단짝 친구들」(감독 패트 오코노)에서 조심스럽게 사랑에 다가가는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 베니(미니 드라이버 분)는 이웃같아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센스, 센서빌리티」에서 결혼상대자를 찾는 엘리너와 마리앤 자매도 거창하지 않다.
자연히 뚜렷한 사건도 없다. 등장인물도 몇명 되지 않는다. 어느 작품 할 것 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만나 자신들의 관심사를 이야기하고 저녁먹고, 함께 여행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그들의 대화나 감정표현이 영화가 아니라 현실처럼 섬세하고 생생하고 재치있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 비해 여건이 열악한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작고 섬세한 사랑영화」제작에 눈을 돌리는 감독들이 늘고있다. 탄탄한 시나리오만 있으면 적은 비용, 짧은 기간에 제작이 가능하고 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지나칠 때 영화가 TV연속극처럼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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