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이면 만 76세가 되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서서히 자신의 사후를 준비하는 것 같다. 로마 교황청은 지난 23일 교황 선출방식을 조금 바꿨다고 발표했다. 이제까지 교황선출회의(CONCLAVE) 구성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선출해 온 기본골격을 지키되 의견이 엇갈려 난산이 될 경우 단순과반수로 의결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교황이 사망하면 15일 이내에 교황선출 추기경단회의가 소집돼 새 교황을 뽑는다. 원칙적으로 남자 가톨릭 신자면 누구에게나 피선거권이 있지만, 실제로는 보니파키우스 9세(1389년)이래 추기경만이, 클레멘스 9세(1523년)이후로는 이탈리아인 추기경만이 교황에 선출됐다. ◆4백50년이 넘게 지켜져 온 그 불문율을 깬 것이 78년에 추대된 폴란드 태생 추기경 요한 바오로 2세 현교황이다. 선거권은 추기경이 갖고 있는데, 그 수는 16세기 이래 70명이던 것이 1970년에는 1백30명까지 늘어났다. 요한 바오로 2세는 85년에 그것을 더 늘려 28명을 새로 임명했다. ◆이렇게 해서 추기경 수는 현재 1백50여명이 됐지만 80세 이상은 선거권을 갖지 못하므로 요한 바오로 2세가 사망할 경우 교황선출회의에 소집될 추기경은 1백18명에서 1백2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기경은 전통적으로 이탈리아인을 비롯한 서구인이 대다수이지만 가톨릭의 세계화 추세에 따라 지금은 비서구인도 꽤 있다. ◆비오 12세가 처음으로 중국인과 인도인을 추기경에 임명했고 특히 바오로 6세와 요한 바오로 2세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지역에서 추기경을 대거 발탁해 중용했다. 김수환 서울 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선임된 것도 바오로 6세 때(69년)의 일이다. 교황선출에 다수결 방식의 도입은 보수와 권위의 상징인 교황청도 민주화의 대세에 합류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