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 등 신뢰 채권단·거래처 “재기” 격려/이젠 해외주문만 월 90만∼100만불씩 쇄도『부도가 나자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적적으로 회사가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은 부도후에도 믿고 밀어준 채권단과 거래처, 회사를 떠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일해준 종업원들 덕택입니다』 지난해 6월 갑작스런 부도로 무너졌다가 8개월만에 다시 일어선 산업용축전지 생산업체 유니온전지(사장 노상국·56)의 재기과정은 부도기업도 주변의 지원과 격려만 있으면 얼마든지 역경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면서도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어 인천에서 신발공장을 하던 노사장이 간판만 있다시피한 유니온전지를 인수한 것은 80년초. 공장을 의정부에서 원주로 이전, 사실상 창업을 한 노사장은 기술개발에 주력해 컴퓨터 산업기계 전기설비 등에 널리 활용되는 밀폐형축전지를 자체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92년 매출액이 120억원까지 치솟는 도약을 이뤄냈고 그해 중소기업대상을 받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유니온전지가 부도에 몰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과대한 설비투자였다.
『생산성을 높이고 세계적인 수요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등에서 120여억원을 빌려 공장증설 및 자동화에 나섰으나 자동화라인에 자주 문제가 발생하고 수요도 제대로 늘어나지 않는 사이 빚이 눈덩이가 되더군요』
급기야 지난해 6월9일 7,000만원짜리 당좌수표를 막지 못하고 부도를 냈으나 다행히 재산보전처분이 받아들여졌다. 은행과 채권자들도 형사고발을 유보한채 『꼭 재기하라』고 격려해주었다. 유니온전지의 기술력과 사업성, 노사장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특히 감명깊었던 것은 120명의 생산직종업원들이 한명도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부도전보다 더욱 열심히 일해 생산성이 30%가량 향상됐고 불량률도 8%선에서 1%로 떨어졌습니다』
해외주문도 이른 속도로 회복돼 지난해말에는 창립이래 월단위로는 가장 많은 120만달러의 오더를 받았다. 올들어서도 월 90만∼100만달러어치씩 주문이 밀려들고 있어 정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노사장은 현재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법정관리만 결정되면 6년이내 밀린 부채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앞선 기술과 경영의지를 갖춘 한 유망중소기업이 일시적 역경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박정규 기자>박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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