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의무사항 채택땐 근본재편 불가피/민간기업들 신규진입 허용/기존시설 새사업자에 개방오랫동안 독점형태를 유지해온 철도 전기 가스등 국가기간산업도 경쟁체제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독과점의 마지막 성역」으로 간주되는 국가기간시설분야에 신규진입을 허용하자는 이같은 논의가 만약 OECD내에서 국가별 권고사항 또는 행동강령으로 채택될 경우 전형적인 정부주도형 독과점체제를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 기간산업도 근본적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2∼1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OECD 경쟁정책위원회에선 국가기간산업의 경쟁체제 전환을 골자로 한 「주요기반시설지침(EFD:ESSENTIAL FACILITY DOCTRINE)」이 주요의제로 채택됐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관계자는 『EFD는 지금까지 개념정립수준에서 논의돼왔으나 이번 회의를 계기로 공론화단계에 접어들었고 멀지않아 경쟁라운드(CR;COMPETITION ROUND)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EFD는 국가기간산업에 신규진입, 즉 제2·제3의 사업자를 허용할뿐 아니라 이들에게 기존사업자(독점사업자)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점적 전력사업자는 배전망을 자신이 연결했다 해도 신규사업자가 신규 구축할 수 없거나 능력은 있어도 중복투자우려가 있다면 이들에게 이용료를 받고 배선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 전화 가스 철도 항공 항구등 주요기반시설은 그동안 막대한 투자비용과 국민경제적 중요성으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독점체제를 인정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화(한국통신 데이콤) 항공(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등 일부 경쟁체제 전환에도 불구, 전기(한국전력) 철도(철도청) 가스(가스공사)등은 사실상 정부가 직접 운영하면서 독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OECD회의에서 EFD가 주요의제로 부각됨에 따라 가까운 장래에 회원국 권고 또는 의무사항으로 채택될 공산이 커졌다. 이 경우 우리나라도 이들 분야의 민영화 및 신규진입허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가스공사 민영화 ▲철도청 공사화 ▲민자발전소 건설▲신규통신사업자 허용등 국가기간산업의 정부주도형 탈피 프로그램을 추진중이나 아직 경쟁체제 전환, 즉 민간기업의 신규진입 허용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OECD의 이같은 논의에선 개도국 기간시설시장에 참여하려는 선진국들의 의도도 엿볼 수 있다. 기간시설분야의 독과점체제가 무너지면 「내국민대우」원칙상 외국기업이 신규사업권을 획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AT&T의 국내통신시장 진출에서도 보여지듯이 언젠가는 국내 전력사업이나 철도운송을 외국기업이 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국가기간산업의 경쟁체제 전환이 이미 본격화하고 있으며 EFD를 법제화한 나라도 있다. 따라서 당면사안은 아닐지라도 CR의 주요의제로 부각된 이상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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