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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중호 서울대 총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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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중호 서울대 총장(인터뷰)

입력
1996.0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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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쟁력 큰성장… 노벨상 기대할만”/연구기능 활성화 세계적대학 발돋움 낙관적/국제교류센터 발족 외국어 필수과목으로 육성방침/무조건 「일류지향」 바뀌어야 대입개혁도 효과□대담=이종구 사회부장

신학기 개강을 앞둔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활기차 보였다. 신임 선우중호 총장(56)의 집무실인 본관 4층 총장실에도 관악캠퍼스의 「생동감」은 그대로 투영된 듯 했다. 그러나 선우총장의 목소리는 의외로 조용했다. 개교 50주년을 맞는 국립 서울대의 총장으로서 포부가 남다르겠지만 그의 낮은 톤에는 대학의 발전을 내실있게 모색하겠다는 힘이 실려있는 것 같았다. 선우총장은 취임하자마자 서울대특별법을 강력히 추진하는 등 서울대 발전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임 선우총장을 만나 대학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과 대학이 안고 있는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들어본다.

―서울대의 교육여건을 솔직히 평가해주시죠. 세계대학들과 견주어 본 서울대의 위상과 경쟁력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대학을 외형적 지표를 통해 서열로 평가하긴 어렵습니다만 현재의 상황이 외국의 대학과 비교하기 부끄러운 상황입니다. 또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미·일은 물론 동남아 대학들에 비해서도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서울대의 장기적인 발전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교육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납니다. 우리의 경우 대학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 시작한 것은 겨우 10여년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학이 사회적 발전과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나름대로 교육의 내실을 기해왔다고 볼때 머지 않은 장래에 좋은 결실을 보리라 낙관합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국제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또는 대학의 세계화 국제화를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우리 대학의 세계화·국제화는 선진국의 대학에 비해 엄청난 격차로 뒤처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잡기에 늦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서울대는 이번 학기에 국제교류센터를 발족할 계획입니다. 교류센터를 통해 학생들에 대한 외국어 교육을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외국어를 이제부터는 교양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또 외국대학과의 학점교류 활성화와 인적교류 확대를 통한 교수·학생의 인식 전환에 최대한 지원을 해 줄 방침입니다. 이밖에도 연구성과의 국제적인 교류를 위해 외국대학에 상당수 개설돼있는 「한국학센터」를 중심으로 교수들의 초빙연수도 적극 추진할 계획입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대학 입시제도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십니까. 현재의 상황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스갯소리로 「고교 교육을 망치고 대학입시를 망친 주범이 서울대」라고들 하지요. (웃음) 현행 입시의 문제점은 사회전반의 분위기에 있습니다. 무슨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을 진학시켰는가가 고등학교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현재의 사회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고는 어떠한 입시개혁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봅니다. 대학으로서도 역할에 대한 부담은 느끼면서도 많은 한계를 절감합니다. 본고사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본고사는 봐야 한다고 봅니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입시험에 이르기까지 4지선다식의 질문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사고가 단순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논의의 과정을 중시하고 다양한 요소에 대한 접근법과 분석력을 기르는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전 교육과정 종사자들과 학부모 및 사회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부가 반성해야 합니다. 획일적인 국립대 본고사폐지 지침은 대학의 자율성제고는 물론 교육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교육과정이 높아갈수록 학생들의 창의력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시험성적 말고 다양한 기준으로 다양한 배경의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제도 등을 마련할 계획은 없습니까.

『학생 선발기준의 다양화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희망하는 부분입니다. 97학년도 서울대 입시의 면접고사 점수화방침도 이런 시도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대학의 주관적 평가를 공정하다고 인정해 줄 만큼 성숙돼 있지 못합니다. 또 가령 학생생활이나 봉사활동을 평가하겠다고 하면 모든 고등학교가 앞다퉈 「봉사하겠다」고 나설 것입니다. 오히려 고교교육을 파행적으로 이끌 염려도 하지 않을 수 없죠. 학생 선발기준의 다양화 역시 우리 대학이 안고 있는 과제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규제와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울대가 정부와 효율적으로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해갈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서울대는 국립대학인 만큼 정부의 방침을 배척할 수는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 정부와 교육부의 규제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습니다만, 아직도 상당한 제약을 받는게 사실이지요. 정부는 대학을 지원하고 육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국립대학인 서울대에 대한 장기적인 발전계획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학이 쓸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단 한대도 없다는 것, 학술정보원도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요구할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지요』

―대학 학생회가 순수한 학생활동보다 이념활동, 정치투쟁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바람직한 학생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학생운동은 점차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최근 몇년간은 관악캠퍼스의 경우 폭력시위도 없었고, 또 학생운동으로 과거처럼 학사행정에 지장을 준 예도 없습니다. 저는 취임식때 학생회장으로부터 예고없는 꽃다발도 받은 걸요.(웃음) 궁극적으로 이념에 치중한 학생운동은 학생과의 괴리가 불가피합니다. 다행히 학생들이 이전의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자숙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학생회 스스로 학생들의 후생복지와 과외활동에 대한 알찬 기획을 많이 제안해 주길 기대합니다』

―서울대의 발전이 어떤 궤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또 머지않은 장래에 서울대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모습은 어떠해야 하리라고 보십니까.

『서울대가 특별법안을 마련하고 대학원중심 대학으로서의 발전전망을 밝힌 것처럼 연구기능의 활성화를 통한 국제적인 수준으로의 성장이 이루어 지리라고 봅니다. 연구라는 것은 성과가 축적되고 이를 통한 재생산이 이루어지고 또다시 축적되는 장기적인 과정이지 않습니까. 하루아침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현재의 서울대 연구수준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역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여건의 열악함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발전의 속도는 어느 선진국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외국의 저명연구논문 발표횟수(Science Citation Index·SCI지수)나 인용횟수로 평가할 때 서울대교수들의 연구성과는 최근들어 가히 눈부실 만큼 성장해 있습니다. 게다가 학부제나 학부정원 축소, 대학원정원 확대등 조직의 개편과 연구여건이 조성된다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낙관합니다. 한국인 노벨상 수상도 그다지 머지않은 장래에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학창시절을 힘겹게 보냈다고 듣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격려가 될 수 있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또 21세기를 맞이하는 우리 국민이 갖춰야 할 자세가 있다면 덧붙여 말씀해 주십시오.

『제 개인적인 인생경험과는 별개의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서울대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먼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나보다 못한 사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져 「여유를 가진 인재」로 성장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서울대 졸업생들은 공동체의식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또 화합과 응집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자주 듣는 줄 압니다. 서로 기댈 수 있는 열린마음이 필요한 세상입니다. 또 어려움에 처했을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정신력은 먼 안목에서 세상과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우리 국민은 폐쇄성을 극복해야 합니다. 21세기는 주변국가와 함께 공존해야 하는 세계화의 세기이니까요. 또 갑작스런 경제성장의 영향으로 우리의 위치를 망각하는 폐해를 버려야 합니다. 외국에는 자주 나가지만 선진국민의 외형만 보고와서 흉내내기에 급급해서는 무의미합니다. 그들의 내면을 보고 검약정신과 도덕관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최윤필 기자>

□약력

◇59∼63년 서울대 공대 토목공학과 졸업

◇63∼66년 한국 산업은행 기술부

◇69∼73년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수문학 공학박사

◇74∼현재 서울대 공대 토목공학과 교수

◇87∼89년 한국수문학회 부회장

◇89∼91년 교육부 중앙교육심의위원회 위원

◇89∼92년 서울대 중앙도서관장

◇91∼93년 대한토목학회 부회장

◇94∼95년 서울대 공대학장

◇95∼96년2월 서울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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