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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된 비난불구 가벼운 채찍”/미,대쿠바 제재조치 내용·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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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된 비난불구 가벼운 채찍”/미,대쿠바 제재조치 내용·의미

입력
199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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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대선 등 현실감안 파문확산 꺼려/「1회적 국제법 위반 사건」 으로 수습 의도빌 클린턴 미대통령이 26일 발표한 대쿠바 제재조치는 당초 예상했던대로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 취해진 신중한 대응으로 평가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로서는 이번 사건을 테러나 침략등에 준하는 국가간 적대행위로 간주하기보다 인근국가가 국제법을 위반한 「1회적 사건」으로 마무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든 국내 정국과 이번 사건의 성격자체가 파장 확산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발표문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정권에 대한 최대한의 비난과 경고로 공화당의 공세와 국민의 분노를 누르는 한편 쿠바에 대한 최소한의 제재로 외교적 골칫거리를 만들지 말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카스트로정권을 「극악무도한 정권」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민주주의 거부세력」등으로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정작 쿠바에 대한 실질적 제재내용은 ▲미국내 쿠바자산 동결 ▲전세기 취항금지 ▲쿠바관리의 미입국및 여행 규제▲쿠바국민에 대한 선전방송 강화 ▲기존의 대쿠바경제제재 강화등이 전부다.

클린턴의 이같은 선택은 우선 이번 사건이 「제2의 쿠바사태」로 확산될 경우 국내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공화당이 주장하는 주쿠바 미외교대표 소환이나 대쿠바 송금규제등 직접적이고 강력한 보복조치는 자칫 양국간의 외교분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고 그 경우 공화당측의 페이스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여기에는 「카스트로는 밉지만 인접국 쿠바를 적으로 삼을 수 없다」는 클린턴 대통령의 현실인식도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의 경위와 성격이 「단호한 조치」를 꺼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피격된 2대의 세스나기가 쿠바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는 확증이 없다. 그동안 쿠바 망명자단체 「구조를 위한 형제들」 소속 비행기들은 쿠바 탈출자를 구조하고 반카스트로 유인물을 살포하기 위해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가까이 접근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쿠바 정부는 이미 이달초 쿠바를 방문한 미국방부 고위관계자들에게 『반카스트로 단체 소속 미민간항공기가 격추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클린턴행정부는 이번 사건이 여론에서나 정치적으로나 더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테러사건이 발생하고 북한의 정세가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에 국외문제는 조용할수록 대선전에서 공화당에 대한 현재의 유리한 고지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클린턴의 판단이다.<워싱턴=정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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