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년사이 사회적으로 가장 신세가 고달파진 그룹을 꼽는다면 아마 흡연자들일 것이다. 미국에서 번지는 금연운동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던 한국의 흡연자들은 어느덧 미국의 흡연자 못지않은 핍박을 받게 됐다.어디서나 언제나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던 좋은 시절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흡연자들은 이제 집에서도 눈치를 보고 있다. 아내는 물론 자녀들도 담배가 해롭다는 교육을 받아 아버지의 흡연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서는 베란다에 나와 추위에 웅크리고 담배피우는 처량한 가장들의 모습을 자주 볼수 있다.
어떤 애연가들은 혐연권만 인정할게 아니라 흡연권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무공해 담배가 나오지 않는한 어림없는 소리다. 자기가 뿜어대는 담배연기가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것이 확실한 이상 흡연자들이 설 땅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흡연장소를 하루아침에 싹 없애는 것은 곤란하다. 담배를 오래 피운 사람들은 담배없이 일상업무를 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담배를 끊으려면 대부분 일정기간 극심한 금단증세를 겪게 된다. 금연운동의 목표는 흡연율을 낮춰가는 것이지만, 갑자기 흡연장소를 뺏는 것은 무리한 처사다.
지난 1월부터 국민건강증진법이 시행되어 일정규모이상의 건물(사무용 909평. 복합건물 606평이상)은 흡연실 설치가 의무화 되었는데, 흡연실을 갖추지 못한 채 금연을 시작한 건물에서는 흡연자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관공서들도 예외가 아닌데, 하루종일 담배를 참다보면 머리가 띵하고 업무추진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확실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걷잡을 수 없이 신경질이 날때가 있다』고 털어놓는 장관도 있다.
정부청사들 중에는 층별. 부서별로 흡연실을 마련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 별도의 흡연실이 아직 없고, 비상계단을 임시흡연실로 이용하기도 한다. 자기방을 따로 갖고 있는 고위직들은 골초인 외부손님이 찾아와 담배를 피우면 반갑게 한대 같이 피우기도 하지만, 오히려 혼자 있을때는 담배를 참고있다. 애연가인 몇몇 장관들은 건물밖으로 나가 승용차안에서 피우고 있다.
금연장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하루종일 일하는 직장에서는 흡연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흡연자들이 안절부절 못하여 생산성이 떨어지면 공적인 손해도 크기 때문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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