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검찰 “증거찾기 비상”/변호인측 「직무관련성」 법률공세로 기선/시효만료 기업인들 추궁 어려워 더 난감26일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1차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이 뇌물죄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적용했다』는 변호인측의 주장을 일부 수용함에 따라 검찰에 비상이 걸렸다.
변호인단이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을 공판의 쟁점으로 전면부각시키는데 성공한 반면 검찰은 전씨측의 법률공세에 허를 찔린채 기선을 제압당한 셈이 된 것이다. 검찰수사팀은 겉으론 『별 문제 없다』며 애써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표정은 굳어 있다.
전씨 변호인단은 첫공판에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하는 것이 뇌물죄의 구성요건』이라고 전제한뒤 『검찰은 대통령이 기업인에게 돈을 받은 사실만을 나열했을 뿐 어떤 직무와 관련해 돈을 주었는지를 공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전씨가 재벌기업들에게 돈을 받으면서 어떤 특혜가 오갔는지 여부를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지 않고 「과거 여러가지 일에 대한 사례」「기업경영관련 직무과정에서의 선처」등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
물론 노태우 전 대통령사건때도 유사한 케이스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혜관계를 명시하고 이같은 추상적 표현은 일부에 국한됐다. 그러나 전씨의 경우 상황이 정반대라는 것이다. 결국 재판부도 이를 인정, 『2차공판때까지 공소사실을 보완하라』고 검찰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주임검사인 김성호 부장검사는 27일 『어차피 검찰은 「막대한 직무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받은 돈은 모두 뇌물」이라는 「포괄적 뇌물죄」의 법리를 내세웠다』며 『공소장에도 이 법리에 따라 구체적으로 특혜관계등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에서 석명을 요구했기 때문에 검찰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을 해야 한다. 검찰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사기록에 상당부분 특혜관계가 나와 있다』며 『이를 정리해 공소장을 보완하든가 「포괄적 뇌물죄」에 대한 검찰의 입장을 재판부에 설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주변에서는 우려의 눈길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검찰이 노씨사건과는 달리 특혜관계를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공소장에 적고 싶어도 적을 것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때문이다. 우선 10여년전의 일이라는 시간상의 난점이 있는데다 노씨사건때는 검찰이 기업인에게 「호령」하는 입장이었지만 전씨 사건때는 공소시효에서 자유로워진 기업인들을 호텔로 모셔 「사정」하는 식으로 상황이 역전됐다. 관련 기업인들이 『특혜를 받았다』거나 『선처를 바라고 돈을 줬다』고 진술했을리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재판과정에서 기업인들을 줄줄이 증인으로 신청,『뇌물로 돈을 줬냐』며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 확실시돼 검찰을 한층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재판부의 공소사실 보완지시가 곧 검찰의 「포괄적 뇌물론」의 배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법조계 일반의 분석이 검찰의 부담을 다소 덜어주고 있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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