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한화갑 의원/인위적 강요는 민주 원칙 위배지난해의 6·27지방선거 때 여당은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걸고 주로 김대중총재를 맹렬히 공격했다. 여당의 세대교체론은 한마디로 여당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김대중총재를 그분의 자연적 연령을 문제삼아 정계에서 제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결과는 여당의 참담한 패배로 끝났다. 이는 곧 여당의 세대교체론을 국민이 거부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선거를 앞둔 요즘 여당과 그 동조세력들은 국민에게 이미 거부당한 것이 분명한 세대교체론을 다시 들고 나와 많은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어떤 사람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개인의 참정권과 피선거권이 부정될 수 없다. 그리고 어떤 정치인도 정치적 진퇴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며 그에 대한 평가는 선거에 의한 국민의 심판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집권자나 그 추종자들이 정치적 라이벌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인민재판식의 인위적인 세대교체를 획책하는 것은 민주주의적 원칙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양김씨가 「40대기수론」을 제기했을 때 양김씨는 연로한 지도자들에게 당신들은 늙었으니 물러가라고 주장한 일은 결코 없었다. 오직 누구든지 자신이 있는 사람은 당당하게 표대결을 하자고 주장했을 뿐이다. 오늘날 세대교체를 외치는 일부 정치인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본인의 지도력은 입증하지 못하면서 선배 정치인의 나이만을 문제삼아 표대결을 회피하고 판자체를 깨려는 음모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런 당당하지 못한 태도는 승패를 떠나 페어플레이를 바라는 국민으로부터 빈축을 살뿐이다.
그리고 정치의 영역에서 나이를 세대교체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실증적인 진실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72세에 재선되어 76세에 은퇴했다. 독일의 아데나워 총리가 은퇴했을 때의 나이는 86세였다. 중국의 등소평도 80이 넘어서 은퇴했다. 이런 저명한 지도자들이 나이때문에 할 일을 못했다거나 세대교체를 강요당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느냐 못받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나이가 문제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국민의 지지 속에는 이미 나이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다수의 국민은 김대중총재가 난국에 처한 국가를 위해 40년간 갈고 닦은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국민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한다.
▲전남신안·57세
▲서울대 외교학과졸
▲국민회의 당무위원(초선)
◎민주당 제정구 의원/지역주의와 함께 구태의 근원
세대교체란 말이 단순히 나이가 많아서 물러나라는 뜻이라면 우리 민주당의 주장은 그와 다르다. 우리가 교체 내지 청산대상으로 보는 것은 3김정치로 요약되는 지금까지의 낡고 그릇된 정치행태이다.
3김정치가 지금 타파 대상이 되는 첫째 이유는 그것이 1인 중심의 보스정치이기 때문이다. 보스 한사람이 모든 결정권을 갖고 전횡하는 정당은 아무리 민주주의를 떠들어도 민주정당이 될 수 없다. 정당이 민주적이지 못한 데 그 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겠는가. 김영삼 대통령이 운영하는 국정이 독단과 아집에 사로잡힌 인치라는 비판의 소리가 바로 그 증거다. 인치란 곧 일인통치이고, 또 다른 독재인 것이다.
다음, 보스정치는 필연적으로 패거리 정치, 줄서기 정치로 귀결된다. 단적인 예가 김대중 총재의 국민회의 분당 사태이다. 그것은 일종의 친위 쿠데타였다. 정계은퇴 이후 포스트 DJ를 노리는 2인자 그룹들의 세 확장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점점 치열해가는 동시에 자신에 대한 충성심은 급속히 약화되어 가는 상황을 일거에 반전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던 것이다. 결국 왕권에 정면도전할 만큼 세력을 채 비축하지 못한 제후들은 다시 한번 충성서약을 함으로써 굴욕적인 줄세우기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에게 정책대결을 하고, 더 나은 자질과 역량을 갖춘 인물들이 정치권으로 충원되길 바라긴 어렵다.
마지막으로, 3김정치는 오로지 대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으로서의 정치만 연출하고 있다. 정치의 최고 목표는 국민의 생활을 더 편하고, 윤택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는 오로지 자신의 대권장악을 위해서라면 여야가 하루 아침에 합당할 수도 있고, 했다가도 박차고 나갈 수도 있고, 당을 만들었다 쪼개버릴 수 있고, 눈물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변명은 않겠다는 말 한마디로 뒤집고, 대통령제와 내각제 사이에서 수시로 노선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이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낳고, 끊임없는 정치불안을 야기하는 원인이다.
이 모든 해악의 근원은 지역감정에서 비롯된다. 죽은 박정희가 살아있는 3김을 꼭두각시 놀음하듯 조종하는 것이다. 3김이 행사하는 자기 출신지역에 대한 독점력이란 기실 박정희가 최초로 고안했고 그 효과를 만끽했던 지역분할구도라는 유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3김정치가 표상하는 낡은 정치행태의 척결이 우리 민주당이 이루려는 세대교체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길이다.
▲경남 진주·52세
▲서울대 정치학과졸
▲민주당 사무총장(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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