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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루시디 “살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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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루시디 “살길 보인다”

입력
1996.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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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외무장관 “사면협상 재개” 공식제안/8년째 도피생활… 완전 면죄부는 미지수이란의 회교지도자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8년째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인도출신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가 이란정부로부터 사면받을 길이 열리게 됐다.

22일 유럽연합(EU)과 핵확산방지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테이블에 나온 이란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벨라야티는 EU측과 루시디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벨라야티장관은 제네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가 의장국으로 활동하는 금년 6월까지 루시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란정부가 루시디문제를 놓고 EU측과의 협상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것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에 89년 2월부터 잠적중인 루시디로서는 도피생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된 셈이다.

이란정부가 루시디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EU간에 조성되고 있는 관계개선에 상당히 고무됐기 때문이다. 이란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벨라야티장관도 『스페인이 의장국이 된 뒤부터 이란과 EU간의 협상이 진전을 보여 왔다』면서 『앞으로도 EU와의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신의 작품 「악마의 시」가 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이후 루시디는 원리주의자들과 300만달러의 현상금을 노린 살인청부업자들을 피해 다니느라 전전긍긍해왔다. 영국 전역에 걸쳐 30여차례나 도피처를 바꾸었으며 영국정부에서 파견한 경호경찰관의 24시간 신변보호를 받아오고 있다.

영국등 EU측은 그간 외교 경제면에서 압력을 넣기도 하고 이란내 온건회교지도자들과 막후협상을 갖는 등 다방면으로 루시디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는 못했다.

EU와의 관계개선을 추진해온 이란정부가 지난해부터 루시디문제에 다소 바뀐 태도를 보임에 따라 루시디는 독서토론회등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지는 못해 여전히 불안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하지만 루시디가 이란정부로부터는 사면을 받더라도 이미 「회교 공적1호」로 공시된 이상, 명실상부한 면죄부를 획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게 이슬람전문가들의 지적이다.<조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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