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현재 3,810만명 해당/가전제품 보유율 「가난함」 넘어/소비지출도 공식소득의 2배수준빈곤문제는 미국사회가 안고있는 중대한 숙제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정부의 자료들은 미국의 빈곤층이 단순한 소득수치만으로 표시된 것보다는 훨씬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통계국이 공식적으로 「빈곤층」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1인가구의 경우 연간 세전소득이 7,547달러(약 603만7,600원)미만, 4인가족가구는 1만5,141달러(약 1,211만2,800원)미만의 소득을 올린 경우이다(미국의 94년 가구당 연평균 소득은 3만4,445달러). 이 기준에 따르면 94년 현재 미국에는 전체인구의 14.5%에 달하는 3,810만명의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다.
매년 「빈곤실태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미국통계국은 최근 발표한 이 보고서에 빈곤층의 주요 가전제품보유현황을 함께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빈곤층은 일상생활의 일손을 덜어주는 각종 가전제품보유면에서 빈곤층으로 분류하기 곤란할 정도로 잘살고 있다. 미국 빈곤가정의 93%는 컬러TV를 갖고 있다. 72%는 공동이 아닌 개인소유의 세탁기, 60%가 대형 전자오븐레인지와 VCR를 갖고 있다. 빨래건조기를 보유한 집도 50%나 됐다.
미국 빈곤층의 「부유함」은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스웨덴 등 10개선진국 전체국민들과 비교해볼 때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빈곤층의 VCR보유율은 영국 「전체」국민의 평균보유율보다 약간 낮을 뿐 나머지 9개국 국민의 전체평균 보유율보다 높다. 10개국 가운데 일반국민들이 미국빈곤층보다 전자오븐레인지와 빨래건조기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식기세척기에 있어서만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웨덴 스위스 국민의 보유율이 미국의 빈곤층보다 더 높은 상태다. 생활습관이나 여건이 다른 탓도 있겠지만 적어도 가전제품 보유현황만 놓고 보면 미국 빈곤층은 여타 선진국 국민의 눈에는 빈곤층이 아니라 오히려 부유층에 가까운 사람들로 비친다고 할 수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 지출통계에서도 미국의 빈곤층은 소득에 비해 훨씬 잘 쓰고 산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소득기준 전체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은 그들이 보고한 소득의 거의 두배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하위 20%에 속하는 사람들의 41%가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빈곤층이 실제로는 덜 가난한 생활을 하는 것은 우선 소득보고에 비공식수입이 제외돼 실제소득이 더 많다는 점을 들수 있다.
또 빈곤층으로 분류된 사람들이 정부의 임대주택과 무료식권지원을 받아 식비와 주거비를 대폭 줄임으로써 여타 지출을 늘릴 수 있는 것도 큰 요인이다. 여기에 하위 20%에 속하는 빈곤층의 37%가 65세 이상이어서 현재의 연간소득에 관계없이 이미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가 없다.
여하튼 「공식적으로는 가난한」 미국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가난하지 않은 것이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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