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의 음란물을 규제하는 통신법때문에 미국 사회가 온통 시끄러운 요즘 인터넷을 통한 아내의 외도에 분노한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남자는 지난 가을부터 외간남자와 은밀한 메시지를 주고 받아온 아내의 「사이버 섹스」에는 눈감았지만 실제 밀회를 모의하자 헤어지기로 작심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사생활 문제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근거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사실 통신법에서 규제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잖치 못한」이란 표현도 그 뜻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네티즌들의 끈질긴 항의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음란물을 보내는 건 문제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들도 조항해석이 애매모호해 위헌의 소지가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이 점잖치 못한 것인지 판사들도 감이 안 잡히는 마당에 일반인들이 이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TV화면에 「폭력이나 선정적인 장면」이 나오면 전원을 자동차단시키는 V칩장착을 의무화하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ABC방송 등은 이에 대비, 영화처럼 스스로 프로그램의 등급을 매기기로 했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지금도 공중파방송에서는 일상생활용어화한 욕도 걸러 내보내는 경우가 있지만 채널만 돌리면 케이블TV에서는 알몸과 욕설, 폭력이 난무한다. 공중파방송은 아동들만 시청하고 케이블 TV는 성인용이라는 구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외설이냐 예술이냐를 명쾌하게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같다.
성격은 다르지만 얼마전 하버드대 사진학과에 다니는 한 여성이 경험한 사건은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이 여성은 네살배기 아들의 나체사진을 찍어 과제물로 제출하려다 외설시비에 휘말려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다. 다행히 예술성을 인정받았지만 「이상한 여자」라는 시선에 시달렸다고 한다. 미국 사회가 고질병인 폭력과 음란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건 당연하지만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알쏭달쏭하기만 하다.<뉴욕=이종수 특파원>뉴욕=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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