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정경일체” 비난수하르토(74)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영 항공기제작회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인도네시아정부는 최근 수하르토대통령이 130인승 제트여객기 「N2130」을 개발할 DSTP사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기업 총수자리에 취임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인도네시아정부는 또 이 회사 사장 등 임원자리에는 내무장관 등 다수 현직각료와 전부통령 등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정부는 이는 2003년까지 항공기를 독자 개발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자금조달 등에서 국민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8월 처음 독자적으로 개발한 프로펠러비행기 「N250」의 시험비행에 성공한뒤 제트기 제작계획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인도네시아정부의 설명과는 달리 수하르토대통령의 항공기제작회사 회장취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현직대통령이 기업총수자리에 앉은 것은 정경유착을 넘어 「정경일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외국언론은 이 회사 이사회는 국무회의의 축소판이라고 비아냥대고 있다.
이런 비판의 배경은 수하르토가가 이미 인도네시아경제를 사실상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하르토대통령의 부인 하르티나(72)를 비롯, 3남3녀의 자녀 모두가 굵직한 기업을 맡아 경영하고 있다. 장녀 시티는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료고속도로와 최초의 교육방송을 소유하고 있으며 장남 하루조두단토는 축구클럽을,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조는 인도네시아 대표적 재벌인 비만타라 스트라그룹을 각각 맡고 있다.
또 3남인 후모토 만달라 푸트라와 차녀 헤르자디는 석유화학, 농장등에 진출한 25대 재벌의 반열에 오른 홈푸스그룹 회장으로 인도네시아 제2의 민항 셈파티항공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나이 31세에 불과한 3녀 후타미도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3개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은 수하르토의 자식들이 인도네시아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것을 빗대어 『「도시바」가 인도네시아 전체를 사들였다』고 말한다. 「도시바」란 토미(셋째아들의 애칭), 시티(장녀), 밤방(차남) 등 수하르토의 3자녀의 머릿글자를 딴 것.
65년 쿠데타로 집권한이래 6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하르토대통령가의 「정경일체 경영」이 어느 정도까지 갈지 주목된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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