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은 사람명단」 끝내 안개속/“최후의카드” “영원한미제” 추측분분/검찰도 민감사안 인식 소극적 신문엄청난 폭발력 때문에 관심을 모았던 전두환전대통령의 「비자금리스트」는 첫공판에서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전씨는 『돈을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명단은 밝히지 않겠다』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전씨측은 명단공개 시기를 앞으로 있을 2, 3차 공판때로 넘길 것인가 아니면 궁지에 몰린 12·12및 5·18사건 재판에 대비해 이를 마지막 정치적 카드로 남겨두겠다는 고도의 계산을 하고 있는가. 이도저도 아니면 사안의 성격을 감안해 영원히 입을 다물려 하고 있는가. 명단공개와 관련한 전씨의 의중을 한층 더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전씨가 검찰조사에서 비자금 사용처와 관련, 『퇴임후 정치재개를 목적으로 정치권과 언론계에 8백80억원을 뿌렸다』고 진술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전두환리스트」는 다른 쟁점을 제치고 재판의 최대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전씨가 13·14대 총선당시 민정계후보에게 지원한 2백30억원과 88년 5공청산정국 당시 여론 무마비용으로 언론계와 정치계에 뿌렸다는 1백50억원, 90년 3당합당 이후 정치인 2백여명에게 지원한 5백억원의 구체적인 내역과 돈을 받은 사람이 과연 누구이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전씨가 노씨 비자금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15대총선을 목표로 추진했다는 「원민정당」창당계획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 여부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전씨는 첫재판에서 자신을 겨냥한 수뢰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을뿐 비자금 사용처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전씨는 돈을 받은 정치인과 언론인명단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만 말했다.
한술 더 떠 전씨의 변호인인 전상석변호사는 『검찰이 정상참작 사항인 자금의 사용처와 은닉처를 찾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전전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씨가 재판과정에서 돈을 준 인사들을 밝히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전씨는 검찰조사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진술을 거부했다.
그러나 전씨가 입을 다문데는 검찰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을 면할수 없게 했다. 검찰의 1백60여 신문사항중 비자금 사용처는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검찰은 『퇴임후 총선과 관련해 자금을 지원해 주었고 정치재개를 위해 돈을 썼느냐』는 총론적인 질문 만을 던지는게 고작이었다. 전씨의 의중을 떠보는 식으로 스쳐 지나갔을 뿐이고 더 이상의 추궁은 없었다.
검찰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는 사안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데다 검찰이 계좌추적 등으로 확인한 물증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여기에는 전씨가 돈을 대부분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부각될 경우 개인축재에 따른 비난여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씨가 향후 재판과정에서 비자금 리스트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전두환리스트」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고 재판부 역시 사용처를 직접 전씨에게 묻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바 있기 때문이다. 전씨가 끝까지 입을 다물 경우 전체 법정진술의 신빙성에 타격을 입을수도 있다.
결국 「전두환 리스트」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화약고로 남을 수밖에 없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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