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할 만큼 무능한 사람 아니다/아버님 연배분께 돈 달랄수 있나”/리비아 카다피에 영향력 행사 가능한가/미군 국내 묶어두기 위해 골프장 허가/재산분쟁 기업인 불러 충고·교육·주의도전두환 전 대통령은 26일 공판에서 재임중 기업체로부터 받은 2천2백59억5천만원이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벌그룹 총수들에 대한 인물관 등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씨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과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 등에게서 각각 2백20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기업경영과 관련해 선처해 달라는 명목이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서는 두 회장의 「인품」을 예로 들며 반박했다.
전씨는 현대 정회장을 「무에서 유를 창조한 훌륭한 기업인」, 「특정사업과 관련해 청탁을 할 만큼 무례하거나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전씨는 또 삼성 고 이회장을 「연세가 아버님같고, 자존심도 강한 분」 「대통령이라고 해도 만나기 힘든 분」이라면서 『나도 재임중 몇번 만나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동아그룹 최원석회장이 리비아대수로 2차공사를 다른 국내기업이 수주못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50억원을 줬다는 공소사실을 부인한뒤 「최회장은 젊지만 똑똑한 기업가」 「그런 무례한 부탁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전씨는 『한국대통령이 리비아 카다피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돈을 받았단 말이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전씨는 80년 11월 KAL015기 추락사건과 83년 10월 007기 격추사건으로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며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40억원을 받았다는 검찰신문에 대해 『007기 사건은 소련전투기가 격추한 것이다. 대한항공에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전씨는 한일그룹 등 2세들간의 재산분쟁에 휘말린 기업에 대해서는 『2세 회장들을 불러 주의도 주고, 교육을 시켰다』며 『한일그룹 김중원 회장을 청와대로 불러 형제가 더 잘 이끌어 기업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의를 주었다』고 일례를 들었다. 그는 또 김회장 동생의 장인인 김복동씨가 재산분쟁에 개입했다는 정보가 있어 김씨에게 충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전씨는 또 쌍용그룹 김석원 회장으로부터 용평골프장 내인가 대가로 10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과 관련, 『미8군 군인들이 한국에 마땅한 레저시설이 없어 휴가때 하와이나 일본으로 가는 바람에 국가안보에 차질이 빚어져 이들을 국내에 묶어두기 위해 김회장에게 골프장을 건설해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국제그룹 양정모 전 회장이 84년11월 원효골프장(현 통도골프장)건설 내인가 대가로 준 약속어음 10억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빈털터리 같은 기업」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부인했다.
전씨는 『80년 대통령 취임직후 기업인들이 가져온 돈을 돌려보내자 내가 좋아하는 기업만 키워주고 나머지는 죽이려 한다는 소문이 퍼져 기업의 투자마저 위축되는등 경제사정이 나빠졌다』고 말했고, 『정치부패를 근절시키기 위해 정치자금의 창구를 청와대로 일원화했고 그래서 5공때는 그래도 깨끗했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는 또 『많은 기업들은 돈을 냄으로써 정치가 안정되고 정치가 안정돼야 사업도 제대로 된다고 인식한 것 같다』며 『따라서 기업 나름대로 정국안정을 바라거나 안보문제를 염려하는 우국충정에서 일종의 사명감으로 돈을 냈다고 본다』고 설명한뒤 이어 『재임중 정치를 잘해 기업들이 나라의 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해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씨는 『87년 대선때만 하더라도 서울지역에서만 4백억원의 선거자금이 들었다』며 『법정 선거비용은 현실성이 없어 현실성 있는 법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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