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선 두번째 전직대통령에 국민 착잡/시선 바로한채 검찰 신문 반박/“물의 일으켜 죄송” 유일한 사죄지난해 12월3일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압송돼 구속 수감된지 두달 20여일 만에 피고인으로 첫모습을 드러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판 내내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 무척 애쓰는 듯 했다.
26일 상오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국민들은 얼마전 한 전직대통령이 앉았던 바로 그 피고인 석에 같은 죄목으로 선 또 한명의 전직대통령을 보아야 했다. 「피고인 전두환」은 수인번호 「3124」가 뚜렷한 옅은 하늘색 수의 차림으로 고개를 들고 나타났다. 구속된지 85일 만이다.
항상 측근들의 호위 속에 고개를 숙일줄 몰랐던 전씨는 법정에 들어서자 재판부에 가볍게 목례했다. 27일간의 단식과 입원 후유증인지 병색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안색이었다.
법정에 나와있던 재국 재용 재만씨 3형제와 5공시절 경찰의 과잉 시위진압으로 숨진 강경대군의 아버지 강민조씨 등 민가협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순간 상반된 표정이 스쳤다.
검찰의 직접신문이 시작되자 전씨는 예상했던 대로 『돈을 받았지만 총선이나 대선 등을 위한 정치자금이었다』는 주장과 항변으로 일관했다. 돈을 건넨 재벌 한사람 한사람에 대한 평가까지 하면서 돈을 받게 된 경위를 정당화했다. 노태우씨의 답변태도가 『예』 『아니오』로 일관한 「단답형」이었다면 전씨는 「서술형」에 가까웠다.
정치부패를 근절하기 위해 정치자금 창구를 자신으로 일원화했으며 그래서 5공은 공무원도 깨끗했고 경제도 발전했다는 논리도 폈다. 수의와 고무신 차림이 아니면 피고인이라고 볼 수 없을만큼 전씨의 말과 태도는 「골목성명」 때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법원에 도착할 때 미소를 보이며 보도진에게 손을 흔든 전씨는 재판부에 『건강 문제로 재판을 연기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도 하고 검사에게 악수를 청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는 공판이 끝나자 다른 피고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후 다시 경찰병원으로 돌아갔다.
전씨는 이날 단한번 「사죄」를 했다. 그것은 현재의 심정을 묻는 검찰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한마디였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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