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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법정자세 노씨와 “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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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법정자세 노씨와 “큰차”

입력
199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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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내용 조목조목 반박등 공격적 답변 사양안해/휴정땐 주임검사에 미소띠며 불쑥 악수청해 눈길전두환 전 대통령은 단식 후유증에도 불구, 직선적인 성격 그대로 자신의 입장을 당당히 진술하는 등 노태우 전 대통령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소심한 성격의 노전대통령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입정, 들릴 듯 말 듯 『예』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던 것과 달리 전씨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와 검찰 신문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등 공격적인 답변을 사양하지 않았다.

전씨는 호송버스에서 내려 구치감으로 향할 때부터 노씨와 달랐다. 노씨가 솜옷소매에 팔짱을 낀 채 시선을 바닥에 고정시켰던데 비해 전씨는 보도진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간간이 한 두마디 말을 건네는 등의 여유를 보였다.

재판부 호명에 따라 법정에 들어설 때도 전씨는 방청석에 눈길 조차 주지않고 재판부에 예의를 갖춘 뒤 이내 피고인석에 자리를 잡았다. 불안하고 자존심이 상한 듯 방청석을 힐끗힐끗 쳐다보던 노씨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씨는 노씨와 마찬가지로 기업체대표로부터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진술 방식은 1백80도 달랐다. 전씨는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기업체 대표로부터 얼마를 받았는데 사실이냐』는 식의 검찰 신문에 일일이 제동을 걸며 안가에서 기업체 대표를 만난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또 뇌물수수 시기와 관련,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등으로부터 80년에 돈을 받은 사실을 추궁당하자 『80년에는 기업체로부터 어떠한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장황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84년과 87년에 받은 돈에 대해서는 김성호 부장검사에게 신문내용 확인을 거듭 요구한뒤 『총선 및 대선자금으로 받았다』고 당당하게 얘기했다.

전씨는 세무조사 완화, 금융지원 등 청탁 대가로 돈을 받았느냐는 신문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직접 그런 부탁을 할 기업인이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는 대통령 앞에서 하찮은 사업얘기를 꺼낼 기업인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전직 대통령이었음을 상기시키려는 전략으로, 전씨의 치밀한 준비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전씨는 공판 내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려 애썼다. 낮 12시5분께 재판부가 휴정을 선언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전씨는 환한 표정으로 안현태 전 경호실장 등 피고인 5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고생이 많다』고 위로했다. 또 법정을 나설 때에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건 주임검사인 김부장검사에게 불쑥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등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0분간 휴식을 위해 법정을 나설 때와 재입정할 때 전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방청석을 둘러봐 자신과 측근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내심의 일단을 비치기도 했다.<황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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