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이라도 시원한 해결을 바라는 독자들은 실망할지 모르나 결론부터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독도문제는 정답은 있으나 속결은 어렵다고. 배타적 경제수역의 선포도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지만 문제해결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우선 일본지도층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한국민의 입장에서는 말할 수 없이 불쾌한 일이나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며, 그런 점에서 예견된 것이다. 이승만대통령은 독도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으나 일본이 그가 그어 놓은 「평화선」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박정권은 산업자금이 급해서 독도문제를 뒤로 미루고 말았다. 그후 한국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왔고 일본은 연례행사처럼 외교경로를 통해서 항의서한을 보내왔다. 따라서 독도문제의 배경과 어려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처는 한국의 외무부와 일본의 외무성일 것이다. 이처럼 지금까지는 한일 양국의 지도층이 독도문제를 덮어둔 채 양국의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문제삼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한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금지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케다(지전)일본외무장관이 독도영유권을 내외에 천명함으로써 휴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독도문제는 문제 자체의 복잡성을 숙지하고 있는 외무부에 앞서서 청와대나 국민이 들고 일어남으로써 사태의 명쾌한 해결을 바라는 여론의 압력을 받게 되었고 강경일변도가 가장 명답인 것처럼 되어 버렸다. 독도에 대한 영토주권을 자명하게 생각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을 비롯한 온 국민의 분노가 일본에 전달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전국적 시위의 확산으로 일본의 「항복」을 얻어 독도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과거사」와는 별개
그 다음, 과거사문제와 독도문제를 같은 카테고리에 넣어 두루뭉수리하게 해서는 안된다. 일본쪽에서 보면 과거사문제는 일본 안에서도 역사해석의 차이가 있어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일본시민 지식인 지도층이 적지 않으나 독도는 그렇지가 않다. 고 가지무라 히데키(미촌수수)교수나 호리 가즈오(굴화생)교수같은 연구자를 제외한다면 일본인의 99% 이상이 독도를 일본영토라고 생각하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과거사망언으로 쫓겨난 각료는 있어도 독도망언으로 피해를 본 지도층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각도는 다르지만 한국측에서 보면 독도문제가 역사적 산물이긴 하나 해석의 여지가 있는 과거사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독도는 역사적 사실로서 한국영토임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독도가 한국영토라는 역사적 자료는 일본측 논거인 1905년의 이른바 「죽도」영유선언이라는 일방적인 자료에 비하면 훨씬 풍부하고 강력하며 일본측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실제로 한국인은 마치 제주도를 지키는 것과 꼭 같이 독도를 사수해야 할 국토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우익단체들을 제외한 많은 일본인은 다케시마(죽도)가 일본영토라고 알고 있으면서도 대체로 무관심하며 홋카이도(북해도) 지키듯이 독도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과 원칙 바탕
그렇다면 금후 우리는 독도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 국민 100%가 독도가 한국영토라고 확신하고 있으나 한일 두 나라가 다 같이 역사적으로나 국제법상 자국 영토라고 주장함으로써 독도가 현재 한일간 쟁점이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쟁점이 있을 때 가장 무서운 힘을 발휘하는 것은 사실과 원칙이다. 지금부터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역사적 사실로서나 국제법상의 원칙에서 보아 독도가 한국땅임을 국내외에 조용히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독도문제는 수술요법보다 약물요법이 좋다. 어차피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당국은 독도영유권을 공개적으로 되풀이하여 한일관계에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하며 더욱이 이번 사건은 세계적으로 그 보수성을 주목받고 있는 하시모토(교본)내각이 한국에 보낸 최초의 신호였다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며 일본정부로서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도 이번 기회에 결딴을 내겠다는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일본정부가 처음에 불정직하게 다루었던 종군위안부문제를 역사적 사실로 파헤친 최초의 연구자가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을 발굴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일 양국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할 과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독도문제에 비교적 무관심한 일본국민을 똘똘 뭉치게 하여 일전을 불사할 적으로 몰아붙인다면 감정적으로는 후련할지 모르나 그것이 참다운 국가이익이나 성숙한 국가관계로 이어질 수는 없다. 적을 미워하는 것보다 그 미워하는 감정이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는 주무부서인 외무부가 독도문제에 냉정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기를 바란다.<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장>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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