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과 23일 현해탄을 사이에 둔 한국과 일본에서 똑같이 부인과 자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의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렸다. 두 사건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살인을, 그것도 가족을 살해했다는 점에서 양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22일 일본 요코하마(횡빈)지법에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은 노모토(야본암남·31) 피고는 94년 10월 그의 외도에 항의, 병원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부인과 싸움을 하다가 부인과 어린 두자녀를 목졸라 살해한 후 비닐부대에 넣어 바다에 투기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피고는 범행을 시인, 극형인 사형이 구형됐었다. ◆23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사형이 선고된 외과의사 이도행(33)피고는 지난해 6월 치과의사인 부인의 불륜에 앙심을 품고 부인과 어린 딸을 살해한 후 집에 불을 질러 범행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이피고는 범행을 부인했지만 정황증거 등에 의해 역시 사형이 구형됐었다. ◆두 사건의 차이는 노모토의 경우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3명을 살해했으며 범행을 시인한데 비해 이피고의 경우 탈선한 쪽이 부인이고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나 피고가 이를 부인한다는 점이다. 단순비교하면 노모토의 죄가 무거운데 의외로 이피고보다 가벼운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형량은 동기와 배경 판결경향 등에 의해 좌우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어느 쪽 판결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면 사형과 무기는 큰 차이가 난다. 어린 자식까지 죽인 끔찍한 범행은 중형을 받아 마땅하지만 부부간의 문제 자체는 그 책임을 가리기 어렵고 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미묘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극형에 신중한 나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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