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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나의 지면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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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상 고려대 교수·경영학(나의 지면평)

입력
1996.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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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심층분석 생생한 중계 돋보여/반역사적 정치행태 엄중한 심판을문민정부는 두 전직대통령을 구속하고 역사 바로세우기 작업을 시작했다. 일제 압박에 이어 계속 독재정권의 지배를 받아왔던 국민들로서는 제2의 광복을 맞은듯 지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4·11 총선은 우리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막중한 정치대사이다. 그러나 국민은 부활하는 사이비정치에 대해 절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보수싸움 색깔싸움 전력싸움 등 갖가지 이전투구로 정치판은 이미 방향감각을 잃었다.

여당은 유명인사들을 마구잡이로 영입하고 당선 가능성만 보이면 공천하는 몰역사성을 스스로 보이고 있다. 야당은 특정지역을 정치인질로 잡고 민족분열을 부채질하는가 하면 독재를 보수로 위장하여 이삭줍기식 세력확산을 공공연히 꾀하고 있다.

정부 역시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갖가지 선심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중소제조업체들이 사상 최악의 부도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선거선심으로 유흥업에 대한 여신규제를 풀고 토지거래허가규제를 완화하여 경제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또 득표에 차질이 있다는 이유로 기간 통신사업자와 액화천연가스 운항업자 선정을 늦추는 등 사실상 정책의 공백상태를 빚고 있다. 이 상태로 4월 총선을 치를 경우 과거청산은 물거품으로 끝나고 역사는 다시 쓰러지며 나라는 돌이키기 어려운 혼란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렇듯 중차대한 역사적 시점에서 언론은 정치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바탕으로 반역사적 정치행태에 대해 엄중한 여론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또 새로운 정치판을 만드는 선거혁명을 주도하여 역사발전의 바른 길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언론들은 혼탁한 정치판을 흥미위주로 전달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과거회귀와 사이비정치에 대한 강력한 비판과 반대여론조성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일보는 「바른선택, 바른정치, 바른국가」표어를 내걸고 총선관련 정치분석기사를 연일 대형기사로 싣고 있다. 한국일보는 「4·11 현장기상도」를 연재하여 전국 15개 시도의 지역별 총선대결현황을 중간 점검하고 있다. 이 보도에서 한국일보는 각 지역의 정치정서와 선거기류를 분석하고 각 정당의 전략과 예상의석수를 제시하고 있다. 또 「4당 대표의 4·11구상」을 대담으로 실어 각당 대표의 총선 구상, 전략 그리고 대선정국전망 등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외에도 쟁점인 여소야대, 물갈이, 보혁대결, 안정론 등에 대해 심층분석기사를 싣는 등 총선관련 기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러한 기사들은 당선을 위해 전면적인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함으로써 국민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역사를 바로 세우는 최대의 정치행사로 올바르게 이끄는 방향제시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지역주의와 정당의 사당화 인식을 확인하는 현상을 초래하여 정치낙후를 고착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언론은 어느때보다도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각 정당의 맹목적인 집권욕때문에 국토를 분단하고 정책을 왜곡하는 반국민적 정치행태를 국민에게 고발해야 한다. 나아가 순수한 민주정치세력이 들어서는 선거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언론은 역사 바로세우기에 주어진 사명을 결단코 저버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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