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개념이 명백해져야 할 시점에 있다. 한국은 헌법상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1948년의 정부수립때에도 유엔이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로 인정한 만큼 한반도에 사는 북한주민은 당연히 한국국민이어야 한다. 다만 그동안 남북한이 전쟁을 비롯한 극한대립을 해오면서 주민왕래가 불가능해 북한주민의 국민자격을 거론할 겨를이 없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탈북자의 수가 늘면서 이들중 상당수가 한국에 들어와 살기를 바라고 있어 명백한 법적해결책을 내야 할 시점이고, 또 성혜림사건이나 일본영해의 북한표류자와 같은 국제사건이 계속 일어나게 될때 한국정부가 더이상 제3자처럼 뒷짐만 지고 서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북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한국정부가 보호를 선언해야 한다. 보호의 세부절차가 다소 까다롭고, 외교분쟁이 일지라도 일단 북한인이 김정일정권을 빠져나와 위기에 처해 있으면 한국정부가 이들의 안전책임 주체임을 선언하고 알맞는 외교력도 동원해야 하는 것이 순서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은 도덕적 실패일뿐 아니라 한반도 유일합법정부로서의 임무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이미 북한공민이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판결이 고등법원까지 나 있다. 북한출신으로 중국을 거쳐 한국에 온 이영순(57)씨는 중국교포인 남편이 불행하게 죽고 비자기간이 만료돼 쫓겨나게 됐을 때 중국노동자보호센터의 도움을 얻어 법원에 국적취득소송을 제기했던 것인데 지난해 12월28일 고등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의 최종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북한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보안법, 주민등록법 등 꽤 까다로운 법정리가 있어야 할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위한 광범한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서독도 한국이 그런 것처럼 처음부터 동독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동독이라는 정권이 세워져 있다해도 서독의 영토는 동독을 포함하는 것으로 기본법에 규정하고 있었으며 동독인들은 당연히 서독국민인 것으로 돼 있었다. 1960년 베를린 장벽이 동독에 의해 세워진후 약 50만명의 동독인이 서독으로 탈출해 왔고 이중 3만3,000명은 서독정부가 1인당 8만(4,300만원) 내지 9만 마르크(4,700만원)를 주고 감옥에 갇힌 정치범들을 사온 처지였는데 어느쪽이든 서독에 넘어오면 무조건 국민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동독국민이 서독내의 정부기관이나 외국에 있는 서독공관에 가서 서독국민으로 신고만 하면 그자리에서 서독국민의 여권이나 주민증을 발급해 줬다.
정부돈을 주고 감옥에서 빠져 나왔거나 아니면 국경을 넘어 서독정부에 들어온 사람은 곧장 능력에 따라 제한없이 직장을 찾게 되었고 만일 직장을 얻지 못하면 서독법에 따라 실업수당을 타든지 사회보장금을 타 생활할수 있었다.
한반도는 물론 동서독의 경우와는 여건이 많이 다르지만 적어도 법적으로는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다만 서독의 경우는 동서독분리후 동독으로부터 넘어오는 시민이 줄곧 있었지만 한국의 경우는 북한사회의 통제정책으로 북한인이 남한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 사정이 다를뿐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인을 국민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도는 북한인을 방치하는 도덕성 실패를 더이상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탈북자를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법적정지작업을 우선 서둘러야 한다. 북한정권의 불법성과 비인도적 처사에 대해 싸워온 한국정부의 의무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국내법적으로 확실히 하고 대외적으로도 명백히 하는 것이 책임있는 통일주체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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