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속에 남아 있는 일제잔재를 청산한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5백3점의 지정 문화재에 대한 명칭과 등급의 타당성 및 가치평가의 적합성을 검토 재평가하기로 한 것은 역사를 바로 세운다는 점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를 방치한 당국의 무신경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광복50주년 기념사업으로라도 이를 추진했어야 했다.이번 재평가작업에 들어가는 5백3점의 지정 문화재는 1933년 일제가 「조선보물 고적 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으로 지정했던 것들이다. 이들은 우리 역사를 비하하거나 말살하려 했던 일제의 시각 및 기준에 의해 선정됐는데도 이를 별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 62년 국보와 보물 천연기념물등으로 나누어 지정하는 잘못을 범했다.
이 때문에 국보 1호인 남대문처럼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려 원래의 명칭을 배제한 것이 있는가 하면 국보 195호인 토우장식장경호(목이 긴 항아리)처럼 일본식 표기를 사용한 것도 많다. 사적 53호인 옹천 안골리성은 임란때 왜적이 축조한 것인데 마치 우리가 쌓은듯한 명칭을 지니고 있으며 국보급이 보물로 분류된 예도 더러 있다.
학계에서는 일찍부터 일제지정 문화재를 일괄적으로 국가 문화재에 편입시킨 오류를 시정할 것을 요구했고 정부도 이를 인정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많은 의원들이 재평가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이번 재검토작업에 나서는 한심함을 보였다.
뒤늦었지만 정부는 3월부터 6개월간의 실무작업을 거쳐 11, 12월중에 문화재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의견을 마지막으로 정리, 명칭변경등의 후속조치를 취해 내년엔 우리의 시각과 기준에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한 우리 문화유산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문화재속에서 일제를 몰아내는 것도 중요한 전후처리로 문화재의 발굴 못지않게 의미가 크다. 이번 작업은 지정 문화재 뿐만 아니라 문화속에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를 정리하는 그 시작으로 민족자긍심을 회복하는 국가적 사업이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 국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번 작업을 통해 국민들을 문화재 옆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재명칭을 알기 쉽게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문투의 어려운 이름은 국민들이 문화재를 외면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돌 항아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석제호라고 할 필요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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