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젊은 직장여성이 바라본 어머니의 무기력한 삶과 참모습애니 퀸들런의 소설 「단 하나의 진실」에 나오는 주인공 엘렌 굴든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젊은 직장여성이다. 하버드대 영문과를 우등으로 졸업한뒤 뉴욕의 이름 난 잡지사에서 기자로 명성을 얻었고, 가정에 안주하며 무기력해 보이는 어머니를 은근히 경멸하는 눈치다. 이 소설은 자신만만하고 이지적인 20대 여성이 가족의 의미, 가정 속에 인격조차 묻혀버리고 만 것처럼 생각했던 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과정을 단정하게 그렸다.
자궁암에 걸려 시한부인생을 살게 된 어머니가 엘렌 굴든에게 건네는 이야기. 「결혼해서 혼자 살게 되면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던 양보를 점차 하게 된단다. …어느 날 밤에 이게 아니야,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하면서 속으로 불평하기도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면 부엌에서 커피향기가 스며 나오고, 아이들은 머리를 빗고, 새들은 모이를 먹지. 그래서 고개를 돌려 남편을 바라보면 그는 내가 예전에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란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내 인생인걸. 수많은 시간들을 보냈던 집과 아이들과 남편이 바로 내 삶.…그게 사랑보다 우선하고 사랑보다 중요한 것이란다」
독립을 꿈꾸며 몸은 물론 마음조차 집을 떠나는 여성이 세상 속에서 자존심 강하게 살아가면서 잊었던 것, 소설은 그 「단 하나의 진실」을 잔잔하고도 감동적으로 전하고 있다. 작가는 92년 뉴욕타임스 칼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Public & Private)」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임옥희 옮김. 디자인하우스간·7,000원 <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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