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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브로델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우리시대의 신고전: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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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낭 브로델저 「물질문명과 자본주의」(우리시대의 신고전:22)

입력
1996.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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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적 역사학 방법론 구축한/아날학파의 대표적 연구성과물한국 독자에게 낯선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은 70년대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새로운 역사학자군 「아날학파」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아날학파는 1929년 프랑스에서 창간된 역사잡지 「아날(연보)」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집단을 가리킨다. 1세대 뤼시앙 페브르와 마르크 블로흐, 2세대 브로델, 3세대 조르주 뒤비와 월러스타인으로 이어지는 아날학파는 정치사·외교사 등 「사건사」중심으로 역사를 바라보던 기존의 전통사학과 달리 지리학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의 모든 학문적 성과를 흡수, 역사를 종합적으로 보는 역사학 방법론을 구축했다.

브로델의 「물질문명과 자본주의」는 아날학파의 연구성과를 집약한 대표저서로 손꼽힌다. 15∼18세기 근대 문명사를 다룬 이 책은 「일상생활의 구조」 「교환의 구조」 「세계의 시간」등 3부작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작으로 68년 1부가 첫 출간된 이래 10여년의 집필기간을 거쳐 79년 3부로 마무리됐다.

브로델은 루이14세가 손자들에게 포크를 사용하지 말고 손가락으로 먹으라고 식사예절을 가르쳤다는 사실 등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작은 사건들과 여행자의 노트 등을 추적하며 인간 삶의 복잡한 양상 속에 드리워진 근대사의 구조를 찾아가고 있다. 그의 관심은 중세 시대의 청어잡이나 수염의 유행에 관한 이야기부터 암스테르담 금융업자의 국제거래 방식, 화폐와 도시문제 등 방대하다.

『1782년 프랑스의 시골은 도시보다 훨씬 많은 빵을 소비했다. 최하층으로 갈수록 빵의 소비량은 늘어난다. …빵이 승리를 거둔 이유는 같은 칼로리를 얻는 데에 밀이 상대적으로 가장 싼 음식이기 때문이다.…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밀이 모자라면 모든 것이 모자라게 되었다. 밀이 생산자 소비자 중개인 수송인들을 노예처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일상생활의 양식에 대한 브로델의 고찰을 따라가다보면 「왜 빵이 주식이 되었는가」라는 의문이 풀린다.

프랑스 로렌지방에서 태어난 브로델은 소르본대에서 역사를 전공하고 1949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 56년 아날지의 편집인이 되면서 명성을 떨쳤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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