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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어린 난민들(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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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어린 난민들(장명수 칼럼)

입력
1996.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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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은 23일 강간이나 할례등 성폭력의 공포에 떨고있는 여성들이 모국을 탈출할 경우 난민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선언하고, 앞으로 많은 나라들이 난민지위 심사지침에 이같은 자격을 포함시킬 것을 촉구했다. 그 선언은 여성들이 「성을 근거로 한 박해」로부터 국제적인 보호를 받을 권리를 공식으로 확인한 것인데, 지금까지는 미국과 캐나다만이 성적 박해를 난민지위 부여요건으로 인정해 왔다.그 선언은 성적 박해와 폭력이 여성에게 얼마나 무서운 재난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인격과 생애가 철저하게 파괴될만큼 깊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으며,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특별히 보호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몇년사이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어둠속에 가려있던 성폭력 실태가 속속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가 알게된것은 미성년자들이 당하는 성폭행이 심각한 수준이며, 가해자들 중에는 친부나 양부를 비롯한 친인척이 적지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강간은 친고죄인데다가 직계존속을 고발할수 없다는 규정때문에 친부나 양부의 성폭행을 처벌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93년 제정된 성폭력 특별법은 『존속 또는 친족관계(4촌이내)에 있는 연장자가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을때는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할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켜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혈연관계가 없는 의붓아버지는 성폭력 특별법의 대상이 될수 없다고 판결, 성폭력 대응에 비상이 걸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의붓아버지 살해사건에서 드러났듯이 의붓아버지의 성폭행은 상습적으로 장기간 지속괴고, 다른 가족이 알면서도 은폐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심각한 양상을 띠게된다. 어머니와 동거하는 남자나 어머니의 남자친구에 의한 성폭행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우 상대와 어머니의 관계때문에 고소하기 어렵고, 상대가 협박공갈로 위협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므로 특별법을 보완하여 의붓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와 동거하는 남자에 의한 성폭행도 고소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에서 성폭력에 희생되고 있는 어린 난민들, 인격과 생애를 함께 파괴하는 무서운 재난으로부터 그들을 구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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