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덕바우만」과 「한양본관」(메아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덕바우만」과 「한양본관」(메아리)

입력
1996.02.25 00:00
0 0

백혈병의 미공사생 브라이언 성덕바우만군의 사연속에서 성덕군의 양부모가 양아들의 이름을 「성덕 바우만」이라고 지은 사연에 유난히 눈길이 갔다. 바우만씨 부부는 성덕군이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관한 책을 사다줬고 김치입맛까지 들이게 했다고 한다. 수년전 해외입양아 취재길에서 만난 한 미국인 양부모가 『입양의 성공은 아이가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기르는 것』이라고 하던 말의 감동이 기억에 새로웠다.하지만 성덕바우만이란 이름이 떠올린 씁쓸한 기사가 있었다. 90년대이후 서울에서 한달에 100여명의 기아나 미아가 「한양 ○씨」로 호적에 오른다는 것이다 <본보 2월11일자 23면> .

한양은 새로운 성씨의 본관이다. 성은 성씨별 빈도수에 따라 안배하고, 이름은 적당히 짓는다는 것이다. 본관이 한양인 것은 그가 태어났으리라고 짐작되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이다.

1년에 한양을 본관으로하는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생겨나고, 과거 수치까지 합치면 전국에 이런식의 수많은 새 본관성씨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성인이 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될 무렵 혹시 받게될지 모를 마음의 상처에 관한 것이다. 한양 본관은 조상을 모르는 미아나 기아의 자손임을 밝히는 낙인이 될 수 있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것은 후대로 영원히 이어지는 낙인이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물론 부모에게 돌아간다. 버리는 것도 무책임한 노릇인데 신상기록 하나 남기지 않고 버리는 것은 아이를 두번 버리는 일이다. 이왕 버릴바에야 흔적도 없이 잊겠다는 생각이 깔려있지 않나 적이 두렵다.

아동보호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지도 의문이다. 인적사항을 알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이왕 성씨를 빈도수에 따라 정해준다면 본관도 그런식으로 하는 방법은 없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차제에 본관이 꼭 필요한 것인지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같은 혈통주의 전통이 강한 사회에서 성씨의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지만 바우만씨부부가 「성덕바우만」이란 이름을 지어준 뜻에 비길때 나머지 어떤 말도 우리 모두의 수치스런 변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임동관 전국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