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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감동/IOC부위원장·대한체육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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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음악이 어우러진 감동/IOC부위원장·대한체육회장

입력
1996.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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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화음 조화속 못 이룬 피아니스트의 꿈 위안시와 음악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현대 일부 시들은 정형을 이탈해서 시의 음악성을 무시해 버리는 경향도 있지만 본디 시의 출발은 음악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한시건 영시건 일반적으로 운율이 따른다. 음악이 소리로 모든 정서를 표현한다면 시는 글로 인간의 감성을 일깨워 감동으로 전달한다. 음악과 시가 함께 어우러지면 그것은 바로 공감각적인 감정으로 승화되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배가된다.

슈베르트는 가곡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위대한 작곡가 중의 한 분이다. 음악의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슈베르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슈베르트의 가곡은 중·고교 음악교과서에서도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고 기성세대에겐 아련한 추억의 선율로 기억에 남는다. 슈베르트가 간지 170년이 가깝지만 그 풍부한 서정과 아름다운 음은 인류에게 영원한 선물로 남을 것이다.

슈베르트는 교향곡도 작곡했지만 그의 대표곡은 「겨울나그네」라는 연가곡이다. 여러 곡이 종합해서 하나의 주제를 이루는 연가곡으로 전체를 모두 들으면 전체적인 곡의 주제파악이 확실하겠지만 한 곡 한 곡 모두 주옥같은 곡으로 나름의 의미가 깊다. 요즘같은 겨울에 「겨울나그네」를 들으면서 그 곡의 의미와 시구를 음미하는 것은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또 하나의 행복으로 자리잡는다. 빈곤과 병마에 시달리면서 독신으로 일생을 마감한 위대한 작곡가의 풍부한 시정과 우미가 곡마다 짙게 배어 있다.

슈베르트의 곡에는 우수와 고독이 깔려 있다. 그러나 「보리수」는 그 우수와 고독을 희망과 안식으로 승화시킨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슈베르트가 희망을 그린 몇 안 되는 곡 중 하나다. 「보리수」는 낙엽이 떨어지는 듯한 선율로 시작된다. 그리고 연인에게 버림받은 한 젊은이가 보리수 그늘에서 안식을 찾는다는 것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이 시에는 당시 사조인 풍부한 낭만성이 깃들여 있다. 보리수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깜깜한 어둠으로 표현했고 단꿈을 희망으로 나타냈다. 슈베르트의 고독과 우수가, 그리고 자신에 대한 비애가 절망으로 끝났다면 이 시는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위대한 작곡가의 혼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늘 마음 속 깊이 희망을 그려나갔다.

국제 스포츠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살고 있는 나지만 늘 음악과 시를 가까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릴 때 꿈의 일부가 피아니스트였을 정도로 피아노와 함께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화여대 음대를 나온 내 처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되어 있는 셋째딸 혜정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면 늘 음악과 시의 얘기로 꽃피운다. 험한 스포츠세계에서 언제나 나를 올곧게 지켜주고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슈베르트의 「보리수」는 현대 젊은이들의 고난과 절망을 희망과 안식의 자리로 인도해 줄 것이다. 따뜻한 차와 함께 「보리수」의 아늑한 선율 속에서 그 시구의 심오한 세계를 찾아보는 것도 겨울에 느낄 수 있는 낭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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