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M&A 재계 최대현안 부각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M&A 재계 최대현안 부각

입력
1996.02.24 00:00
0 0

◎“경영권 확보” “보호” 기업간 지분쟁탈전 치열/4년간 110% 증가… 최근 그룹간 마찰로까지 비화/내년 지분인수 자유화로 본격 「기업사냥시대」 예고기업간 지분확보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카프로락탐이나 데이콤을 놓고 벌어지는 기업간 지분쟁탈전같이 특정기업의 지분을 1%라도 더 확보하려는 경쟁은 오랫동안 유지돼온 그룹간 협력체제마저 무너뜨리는 양상이다. 특히 97년 1월1일부터는 상장법인이 발행한 주식의 10%이상을 다른 기업이 취득할 수 없다는 증권거래법 200조가 완전 폐지될 예정이어서 기업간 지분확보전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지분확보를 통한 기업인수합병(M&A)이 재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23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국내기업간 M&A는 91년 154건에서 지난해 323건으로 지난 4년동안 10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표적인 M&A는 거평이 라이프유통과 한국시그네틱스를 인수했고 성원건설이 대한투금을, 대웅제약은 경남에너지, 동원산업은 성미전자, 한솔제지는 한국마벨과 영우화학 한화통신 옥소리 광림전자등을 각각 인수한 것 등이다. 올 들어서는 신호그룹이 동양철관을 계열사로 편입했고 신원은 제일물산의 지분을 확보해 이 회사의 공동경영주가 됐다.

한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은 그룹간 마찰로까지 비화돼 데이콤을 놓고 동양그룹과 LG그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카프로락탐을 놓고는 코오롱과 효성그룹이 전면전에 돌입했다. 기존 경영자는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M&A를 통해 새 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지분확보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M&A는 사실 기업의 신규사업진출을 단시간내에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미국이나 일본등지에서는 일반화한지 오래다. M&A는 특히 경영의 합리화나 다각화는 물론 무능한 경영진의 축출로 경영효율을 높이고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인수하는 기업이나 인수당하는 기업 모두 상승효과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M&A는 큰 기업이 소유분산과 업종전문화가 잘된 독립 중견기업이나 우량중소기업을 약육강식의 논리로 무차별적으로 인수함으로써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이같은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기업간 M&A는 보편화하게 됐다. 93년 국회가 기존 경영주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던 10%이상 지분확보금지조항(200조)을 내년부터 완전 폐지키로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그룹이 B기업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주식시장에서 B기업 주식 5%이상을 매입할 때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주식을 살 수 있다. 돈으로 기업을 마음껏 사는 기업사냥시대가 본격 도래하는 셈이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M&A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주식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상한가대열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M&A대상기업으로는 대주주의 지분이 낮은 그룹들이 꼽히고 있다. 공익법인이 갖고 있는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법제화할 때에는 공익법인의 지분이 높은 유망기업도 기업들의 사냥감으로 지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큰 변화를 맞아 뚜렷한 기준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그룹이 위성계열사를 동원해 국민투신지분확보에 나섰다가 다시 파는 과정에서 나타났듯 정부가 앞뒤 안맞는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본격 전개될 M&A의 게임룰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M&A를 활성화시키되 적대적이고 무차별적인 기업사냥을 막는 보완장치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종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