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 폐지… 50만군 35만으로/병력 소수정예화 연 2조여원 절약유럽 제1의 군사대국 프랑스가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국방정책을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2일 발표한 국방정책의 가장 핵심은 대대적인 군구조 개혁이다. 프랑스대혁명이래 200여년간 유지해온 징병제를 직업군인제로 전환하고 50만명의 군 병력을 35만으로 감축하고 군수산업을 통폐합, 차세대 무기 개발에 역점을 둔다는 것이 이번 군구조 개혁안의 골자다. 즉 병력의 양적 삭감을 직업군인의 질적 향상으로 메워 총체적으로는 전력의 현상유지 내지는 강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소수정예화」작업이다.
프랑스가 이같이 획기적인 군개혁에 나선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다. 우선 냉전체제가 종식돼 외적 위협이 크게 줄어든 정세 변화로 대규모 병력을 유지해야할 당위성이 희박해졌다. 이에 더해 현대전이 첨단무기시스템의 대결 및 전격전화하면서 군인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절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의 지적처럼 프랑스는 91년 걸프전과 보스니아내전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곤욕을 치렀다. 직접적인 국가적 위협이 없는 해외 전장에 의무복무병력은 파견할 수 없도록 돼있어 직업군인으로만 파견군을 새로 조직해야 했다.
또 시대적 변화로 징병제에 반대하는 국민적 목소리도 고조돼 왔다. 여기에 99년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 도입을 앞두고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군의 군살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돼 왔다. 계획대로 군을 감축할 경우 한해 약 140억 프랑(약 2조1,000억원)이 절약될 것이라는 추산이다.
프랑스의 이번 군개혁은 시라크대통령이 집권한후 이뤄진 일련의 군사정책들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지난해 핵실험 재개를 강행한 것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위원회에 다시 참여키로 한 것 등이 사전정지작업이었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프랑스 독일 주도로 유럽 독자적인 공동 안보망을 구축한다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군수산업 개편계획도 이와 맞물려 있다. 유럽 차원의 공동 군수산업 협력을 위해 우선적으로 국내 군수업계를 재개편, 앞으로 미국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라크의 새 국방정책은 강력한 프랑스를 표방한다는 점에서 60년대 드골정책과 궤를 같이 하지만 핵자주 및 탈나토 대신 유럽 통합과 협력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이다. 프랑스 군개혁은 앞으로 독일의 징병제 폐지와 같은 군개혁을 부추기는 등 유럽내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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