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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안데르센 동화」/배수아 소설가(요즘 읽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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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안데르센 동화」/배수아 소설가(요즘 읽은책)

입력
1996.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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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상상력·참신한 구성·다양한 캐릭터/정형화한 사고의 틀 깨기에 신선한 자극제아주 멋있는 상상력을 가진 책을 읽었을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런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수가 있다. 가장 처음으로 상상력이란 눈부심을 마주친 일이 언제였던가.

단순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동화책에서도 멋지게 빛나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안데르센은 희곡과 시를 썼지만 곧 동화를 쓰게 되고 동화에서 안데르센의 상상력이 신비롭게 펼쳐진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충분히 기쁨과 감동을 줄 수 있다.

「눈의 여왕」에는 키이와 겔다라는 어린 아이들이 나온다. 그 아이들은 봄날처럼 따뜻하고 행복했지만 악마의 거울이 가슴에 박힌 키이는 눈의 여왕을 따라 아주 추운 북쪽 끝, 눈의 여왕의 궁전으로 가게 된다. 북쪽지방의 전나무숲과 거울같은 호수, 북극의 바람과 울부짖는 늑대 그리고 울고 있는 숲의 까마귀들과 길고 긴 겨울밤, 랩란드와 핀란드순록이 끄는 썰매들이 이야기를 신비롭게 만들고 없어진 키이를 끝까지 찾아가는 겔다의 사랑이 아름답다.

「헬가와 진흙의 임금님」이라는 작품에는 황새들이 나온다. 햇빛 가득한 나라 이집트의 공주는 아버지인 왕을 위해서 늪지대의 연꽃을 따러 갔다가 어둡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늪속에 사는 왕에게 납치된다. 백조의 깃털옷을 입고 멀리 날아온 공주가 형제들에게 깃털옷을 빼앗기고 길고 검은 머리카락만을 걸친채 늪으로 가라앉는다. 공주가 가라앉은 늪에서는 공주의 딸인 헬가가 태어나게 된다.

안데르센의 유명한 동화들―미운 오리새끼, 붉은 신, 성냥파는 소녀, 그리고 인어공주등은 누구나 한번쯤 읽었겠지만 어른이 된 다음 완역본을 다시 읽어보는 것은 향수와 순수함 외에도 틀에 박힌 머리 속에 신선한 전환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동화가 도식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데르센에게는 진부하고 상투적이지 않은 구성, 다양한 캐릭터의 즐거움, 다른 동화와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흐르는 인간의 생에 대한 슬픔, 왕자나 공주가 아닌 사람들의 결혼이 있다.

「헬가와 진흙의 임금님」에서는 자라난 헬가가 아랍의 왕자와 결혼하는 자리에서 황새들을 따라 도망친다. 「헬가는 왕자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식이 아니다. 끝까지 이루지 못하는 인어공주의 사랑, 원작에 비하면 얼마전에 개봉되었던 디즈니의 인어공주는 완벽하게 아동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 안데르센의 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배하고 있는 기독교적인 배경과 순응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만 있으면 된다.

▲약력=31세. 이화여대 화학과 졸. 계간 「소설과 사상」 93년 겨울호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데뷔. 작품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랩소디 인 블루」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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